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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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맵게 먹으면 살 빠진다? 식단조절 병행 필수

캡사이신, 지방분해 효과…오프라 윈프리도 40㎏ 감량
韓요리, 탄수화물·나트륨·당분 등 과다 함유돼 역효과
매운양념·채소 등 식단에 곁들이면 다이어트 효과 발휘
고추, 지용성 식품이라 닭가슴살 등 육류와 먹으면 좋아
매운 음식. 클립아트코리아

 

한 때 ‘매운 음식을 즐겨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말이 유행처럼 돈 적이 있다. 이는 매운 음식에 들어있는 성분인 ‘캡사이신’의 효능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음식이 그렇듯 식단 조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체중감량은커녕 역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매운 음식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까?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캡사이신 자체만 놓고 보면 체중감량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미국 와이오밍대 약대 연구팀에 따르면 고추 속 캡사이신 성분은 에너지를 축적하려는 백색지방이 에너지를 연소시키는 갈색지방으로 바뀌도록 유도하는 수용체 ‘TRPV1’을 활성화시킨다. 

 

캡사이신 외에도 마늘 속 알리신, 후추의 피페린 등도 같은 수용체를 활발히 만든다. 

 

또한 캡사이신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혈액순환을 도와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해 지방 분해를 촉진하기도 한다. 미국 오클라호마대학 연구에서는 캡사이신이 함유된 고춧가루 알약을 복용한 실험집단은 상대 집단보다 278㎉를 더 소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춧가루 알약은 1알로 80분 걷기나 25분 달리기에 해당하는 열량 소모 효과를 냈다. 

 

실제로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도 캡사이신 다이어트로 40㎏ 감량에 성공했다. 오프라 윈프리는 다이어트 당시 핸드백 속에 고춧가루를 넣고 다니며 음식을 먹을 때마다 뿌려 먹는 ‘캡사이신 예찬론자’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매운맛 다이어트를 성공한 사람은 보기 어렵다. 캡사이신을 활용한 다이어트는 무조건 맵게 먹는다고 해서 살이 빠지는 게 아니라 식단 조절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365mc 영등포점 소재용 대표원장은 “매운 음식을 자주 먹으면 화장실을 자주 가 살이 빠지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이는 캡사이신이 체내에서 잘 소화되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한국인이 즐겨 먹는 떡볶이·마라탕·국물·국수·각종 볶음·찜 등 매운 요리에는 캡사이신의 지방제거 효과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소금·설탕·감미료 등 많은 양념이 대량으로 들어간다는 게 문제다. 캡사이신으로 태울 수 있는 열량은 소량인데, 양념 등이 추가되면서 캡사이신으로 태울 수 있는 열량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소 대표원장은 “가정 식단에서도 매운 요리만 단독으로 먹는 경우는 드물다”며 “대체로 떡, 쌀밥 등 탄수화물을 함께 섭취하기 때문에 캡사이신보다 탄수화물과 양념 속 정제된 당분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결과로 이어져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매운 채소나 양념 특유의 칼칼한 맛은 분명 밋밋해지기 쉬운 다이어트 식단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끼니마다 매운 채소를 함께 섭취하거나, 고춧가루·청양고추 등으로 칼칼한 맛을 내는 양념으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리 시 매운맛을 내는 요소 이외에 설탕·소금 등 조미료는 최소화한다는 수칙을 세우라”라고 덧붙였다.

 

특히 캡사이신은 소화를 돕기 때문에 육류와 함께 먹으면 유리하다. 닭가슴살·소고기·지방이 적은 돼지고기 등을 먹을 때 생으로 곁들이거나, 함께 굽거나 볶아 먹는 것도 좋다. 고추는 지용성 식품으로 고추기름을 만들어 육류와 곁들이는 것도 궁합이 좋다. 식용유를 끓인 뒤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을 넣으면 고추기름이 된다. 

 

다만 운동 전에는 매운 음식 섭취를 피해야 한다. 매운 음식이 살을 빼주는 효과를 낸다고 해서 부스팅 효과를 기대하려 운동 직전 이를 섭취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소 대표원장은 “캡사이신, 시니그린 등 매운맛을 내는 성분들은 위 점막을 자극하고, 대체로 소화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이들 성분이 소화되기 전 운동하면 복통과 속 쓰림, 심한 경우 구토까지 겪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매운 음식은 운동 전이 아니라 후에 먹는 것을 권장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