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너무 많습니다. 동의하시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4일 오후 강원도 춘천 유세에서 “누가 그랬는데 저도 동의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말은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가 슬로건처럼 사용하는 말이다.

이 후보는 “저는 똑같은 성남시 예산을 가지고 빚지거나 세금을 안 올리고도 전임 시장이 맡긴 7285억원 부채를 3년 6개월 만에 대부분 정리하고 현금 5000억원을 갚았다”면서 “도둑이 너무 많을 뿐 아니고 도둑이 선량한 도둑 잡는 사람한테 도둑이라고 뒤집어씌우더라. 이게 정치”라고 말했다. 자신을 향한 국민의힘의 ‘대장동 공세’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어 “자기 사욕, 제 주머니를 채우다가 그거 막는 선량한 정치인을 뒤집어씌우고 퇴출, 좌절시킨다”고도 토로했다.
이 후보는 강원도 홍천 유세에서는 “투표용지 한 장 가치가 얼마인지 아느냐. 계산해보니 6787만원이다. 대통령이 5년간 쓰는 국가 예산을 유권자 수로 나눠본 것”이라면서 “6700만원 정도면 엄청난 돈인데, 이 돈이 제대로 쓰인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좋아지겠나”라고 강조했다.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 맞서 ‘투표는 곧 경제’임을 내세우며 표 결집에 나선 것이다.

이 후보는 이명박정부의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비리를 짚어가며 이 같은 ‘경제 투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후보는 “자원외교 한다고 해외 우물을 유정이라고 샀는데 물이 99%였다”며 “이걸 몇 조씩 주고 샀다. 다 갔다 해먹은 것”이라고 질타했다.
높은 정권교체 여론을 향한 설득도 이어갔다. 이 후보는 “(정권)교체를 하고 싶으니 더 나빠도 일단 교체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더 나쁜 정권교체가 좋나, 더 나은 정치교체가 좋은가”라고 반문했다.
춘천 유세에선 청년층 구애에 주력했다. 이 후보는 “이재명은 약속한 건 95% 이상 확실히 지켰다”며 ‘청년기회국가’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청년 취업활동 계좌 제도를 도입해 수강료를 내거나 자격증 시험, 하다못해 토익 응시료에 쓰도록 지원하려 한다”고 했다. 자발적 실업 시 실업급여 1회 한해 지급, 공공기관·공기업 청년채용 비율 확대도 약속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질타도 빼놓지 않았다. 이 후보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리더는 나라를 망친다”며 “면장도 알아야 한다는데, 어떻게 대통령을 아는 것 없이 남의 머리만 빌려서 하나”라고 윤 후보를 겨냥했다.
◆尹 “민주당 패거리 정치 투표로 갈아치워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부산과 대구·경북(TK) 등 영남지역을 누비며 “(더불어)민주당의 패거리 정치에 속지 말고 투표로 심판해 갈아치워 달라”고 호소했다.
6박7일간 전국을 돌며 막판 총력 유세전을 이어가고 있는 윤 후보는 이날 오전 부산 남구청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그는 투표 후 유엔기념공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 여러분께서 이 정권을 교체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선 사전투표를 반드시 해야 한다”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이어 윤 후보는 부산 사하구 유세에서 “민주당의 패거리 정치 하는 국회의원들이 나라의 주인인가”라며 “이 사람들을 갈아치워야 여러분이 이 나라의 주인이고 주권자가 된다”고 역설했다. 윤 후보의 유세가 열린 괴정 골목시장 인근엔 빨간색 풍선을 든 지지자들이 몰려 도로 일부까지 가득 채웠다.
윤 후보는 또 “지금 우리나라 코로나 확진자가 전세계 1등”이라며 “이 정부 뭐 하고 있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도 다 내팽개쳤다”고 맹폭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시절보다 이 민주당 정권이 500조(원)라는 돈을 더 썼다”며 “그런데 변변한 일자리 하나 만들어냈나”라고 되묻는 등 비판을 이어갔다.
사상구 유세에선 전날 극적으로 자신과 단일화를 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 대해 “철수한 게 아니라 정권교체를 해서 더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진격한 것”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어 북구에서 유세를 마친 뒤 경북 경주시로 이동한 윤 후보는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대결이 아니라 이 땅에 자유민주주의가 사느냐 죽느냐의 대결”이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경북 경산시 유세에선 검찰의 ‘대장동 의혹’ 수사를 거론하며 “이 검찰이 정말 국민께 부끄럽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대구 달서구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이날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너무 많다”고 말한 것을 겨냥해 “어이가 없다. 이렇게 뻔뻔한 사람에게 5000만 국민의 미래를 맡겨도 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고향인 경북 안동시에서도 “누가 도둑이냐”며 “같이 경쟁하는 후보로서 참 창피하고 부끄럽다”고 꼬집었다. 그는 영주시를 마지막으로 유세 일정을 마무리한 뒤 이날 큰 산불이 난 경북 울진군을 찾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광주 전남대학교 사전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대선 후보는 영남에서, 당대표는 호남에서 투표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관계자는 “동서 화합과 국민 통합을 상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윤 후보를 단일 후보로 내세우고 후보직을 사퇴한 안 대표는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캠프 해단식을 진행한 뒤 인근에서 사전투표를 할 예정이다. 안 대표는 이어 오후 경기 이천시에서 열리는 윤 후보의 유세에 합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