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스웨덴 청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8)까지 나섰다. 우크라이나를 위해 “전쟁 반대”를 외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쟁은 온실가스 발생을 증가시켜 지구 환경을 위기에 처하게 만든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5일 툰베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그가 두 개의 손팻말을 들고 비장한 표정으로 서 있는 사진이 게시돼 있다. 하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라고 적혀 있다. 이는 툰베리가 고등학생이던 지난 2018년 8월부터 매주 금요일 학교 수업을 포기한 채 스웨덴 스톡홀름 의회 의사당 앞에서 탄소 배출량 감축을 주장하며 1인시위를 벌인 것과 관계가 있다. 매주 금요일 환경을 위해 벌인 시위에 붙은 이름이 바로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다.
또다른 손팻말은 ‘우크라이나 곁에 서겠다(STAND WITH UKRAINE)’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한 뒤 전 세계 SNS에서 우크라이나 응원 메시지를 올릴 때 단골처럼 따라붙는 해시태그 문구이기도 하다. 결국 툰베리의 메시지는 매주 금요일 전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외쳐왔는데, 앞으로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당분간 이를 우크라이나 응원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이번에 우크라이나 침략을 주도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툰베리는 악연이 있다. 2019년 푸틴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에너지 포럼이 열렸을 당시 석탄, 석유 같은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툰베리 및 그 지지자들을 향해 “툰베리의 발언에 감동하는 사람들에게 공감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개발도상국에 태양광 발전을 강요하면 비용의 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며 툰베리를 겨냥해 “상냥하고 성실한 소녀이지만 정보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 직후 툰베리는 SNS의 프로필을 수정했다. 자신을 “상냥하지만 정보가 부족한 10대”라고 소개한 것이다. 이를 두고 푸틴의 발언에 격분한 툰베리가 푸틴의 발언을 거의 그대로 인용하는 형식으로 그의 편협한 가치관을 꼬집고, 또 이른바 강대국 지도자들이 환경 문제에 얼마나 무지한지 조롱한 것이란 해석이 잇따랐다.
한편 국내외 전문가들은 “전쟁만큼 환경을 해치는 활동은 없다”며 러시아를 성토한다. 전쟁에 동원된 전투기, 탱크, 장갑차 등 군용차량들이 소비하는 엄청난 화석연료,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한 치명적인 온실가스 배출 탓이다. 지난 2003년 시작한 이라크 전쟁의 경우 첫 4년 동안에만 무려 1억4100만t의 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툰베리 역시 이번에 전 세계에 반전(反戰) 메시지를 발신하며 “전쟁은 곧 석유 소비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온실가스 배출을 폭증시킨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