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건너던 대만인 유학생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음주운전자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오는 10일 열린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53)씨의 파기환송심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 심리로 진행된다.
앞서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해 12월30일 김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2020년 11월6일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차를 운전하던 중, 횡단보도 건너던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曾以琳·당시 28세)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79%로 만취 상태였던 김씨는 과거에도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이에 1심과 2심은 김씨의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검찰 구형량(징역 6년)보다 무거운 징역 8년이라는 이례적인 선고를 내렸다.
김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각막 이식 수술로 오른쪽 눈엔 렌즈를 착용하지 못했고, 왼쪽 눈에 착용한 시력 렌즈가 순간적으로 옆으로 돌아가 당황해 피해자를 보지 못한 것을 참작해달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후 김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은 김씨에게 적용된 도로교통법 148조의2 1항이 위헌 결정으로 효력이 상실된 점을 파기환송 이유로 들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5일 이 조항에 대해 제청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2회 이상의 음주운전을 하면 징역 2~5년 또는 벌금 1000만~2000만원으로 가중처벌하게 한다. 헌재는 이 조항이 과거 음주운전 적발로 특정한 형량이나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없고, 기간도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책임에 비해 과도한 처벌을 한다며 위헌으로 판단했다.
김씨는 2012년과 2017년 음주운전으로 각각 벌금 300만원과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이 사건으로 추가 적발돼 윤창호법이 적용됐다. 따라서 파기환송심도 김씨에게 적용된 혐의 중 위험운전치사에 대해서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쩡씨의 친구들은 대법원 판결 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안타깝고 실망스럽다”며 “최근 음주운전 재범자를 가중처벌하는 법조가 위헌 결정된 부분과 연관된 것으로 생각돼 실망이 더욱 더 크다”고 밝혔었다. 이어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강력한 처벌을 추진 중인 대만과 달리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는 것 같아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달 15일 청와대 국민청원글을 올려 “음주운전은 예비살인행위이고, 그 위험성과 해악성이 수차례 보도됐다”며 “재범이라는 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하는 게 상식에 맞다는 걸 모두 동의하실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반복적으로 음주운전을 저질러 온 운전자가 죗값을 치르도록 마음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에는 7일 오후 5시30분을 기준으로 1만1000여명이 동의했다.
이 사건은 대만 언론에서도 보도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