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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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검사 의무" "10일 격리"… 제각각 기준에 '혼돈의 새 학기' [뉴스+]

‘확진 시 격리’ 지침은 7일인데 학교는 10일 격리 요구
자가검사 ‘권고’인데 담임이 “꼭 해오라” 당부하기도
제각각인 등교·자가검사 기준에 학부모-학교 간 갈등
확진·격리 학생 쏟아지는데 수업 결손 대책은 없어
개학 전 방역지침 완화하고 학교에 부담 떠넘긴 당국
지난 2일 오후 서울 시내 초등학교 운동장이 입학식 기념촬영 하려는 학부모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서울에 사는 학부모 김모씨는 최근 초등학생 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돼 학교에 연락했다가 열흘간 등교하면 안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김씨는 방역당국 지침이 ‘확진 시 7일 격리 후 등교’ 아니냐고 물었지만, 학교측은 ‘10일 격리’가 학교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강제는 아니라면서도 다른 학부모들이 불안해 하며 민원이 많다고 재차 강조하니, 큰 잘못이라도 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초·중·고교가 새 학기를 맞아 등교수업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등교중지 기준이 학교마다 제각각이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또 권고사항인 주 2회 신속항원검사도 일부 학교에서 사실상 학생들에게 강제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확진자가 연일 폭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방역지침을 완화하자, 일선 학교에서 교내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당국 보다 강화된 관리 기준을 적용하면서 학부모들과 갈등을 겪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정부가 명확한 지침 없이 학교 재량에 맡기면서 사실상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7일 교육부에 따르면 ‘새 학기 적응주간’인 오는 11일까지 학교는 원격·단축 수업 등 학사운영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진·격리자에 대한 등교 기준도 학교마다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는 ‘학생 건강상태 자가진단’에서 코로나19 의심증상이 1개 이상 있는 학생은 검사결과와 상관없이 등교중지라는 공지를 학부모들에게 보냈다. 또 교사들에게 수시로 학생들에게 해당 공지를 전하고 이를 무시하고 확진되면 다른 학생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반복해 알리라고 요구했다. 교육부 지침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셈이다.

 

방역당국 지침과 다른 탓에 학부모와 학교 간 갈등이 생기기기도 한다. 경기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 방침이 저학년은 본인이 음성이면 등교, 고학년은 의심증상이 있으면 등교중지인데 학부모가 격리 학생을 학교에 보내겠다고 화를 내 난처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22학년도 새학기 개학일인 지난 2일 오전 세종시 금남면 집현초등학교 정문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뉴시스

교육부 관계자는 등교수업에 혼선이 빚어지는 것과 관련해 “지역·학교별로 상황이 다 다른데 획일적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학부모 사이에서도 등교수업을 원하는 분과 엄격한 방역지침을 바라는 분 등 의견이 갈린다”며 “가급적 권고 사항을 지켜달라는 것이고 상황에 따라 방역 당국의 방역지침 내에서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 정상등교에 따른 혼란이 예견됐음에도 교육당국이 대비책을 마련하는 데 허술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앞서 이달 하루 확진자가 20만명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등교수업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왔다. 우려는 현실이 돼 개학 첫날부터 16만명에 가까운 학생이 신속항원검사 양성 판정을 받거나 의심증상이 있어 등교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 3일 교육부에 “학교가 알아서 하라는 식은 무책임하다”며 “확진·격리 규모에 따라 대면‧원격수업으로 전환할 구체적이고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원칙 없이 바뀌는 방역 정책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사들도 기사로 먼저 코로나 관련 지침을 확인한다”며 “그다음에 교육부가 공문을 보내는데 ‘고무줄’처럼 계속 바꾼다”고 토로했다.

 

주2회 신속항원검사를 의무화했다가 논란이 일자 권고 사항으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자율에 맡긴다고 했지만, 학교에서 매주 자가진단 키트를 2개씩 나눠주며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에 검사 결과를 입력하도록 하는 등 사실상 ‘강제’한다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학생학부모 인권보호연대와 지역카페 등에는 “담임이 ‘꼭 검사해야 한다’고 했다”, “검사해야 등교할 수 있다는 문자를 받았다” 등의 검사 강요 사례가 꾸준히 제보되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광주 광산구 도산동 송정서초등학교에서 거리두기 안내문구가 붙어있다. 뉴시스

확진·격리 학생이 매일 쏟아지지만 수업 결손 대책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전면 원격수업일 때는 원격교육용 온라인 강의·과제가 있었지만, 정상등교 기조에서 교육부는 등교중지 학생을 위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제공할 것을 권한다. 수업을 실시간으로 송출해 등교수업과 같은 학습을 하는 방식이다.

 

교육부는 쌍방향 수업의 인프라 서버를 늘려 수업에 지장이 없다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씨는 “새 학년, 새 학기에 학교를 못가는 상황인데 수업에 대한 별도 안내도 없이 줌(zoom) 주소만 알려주고 선생님 음성만 송출해 주는 게 전부”라며 “그나마도 예체능 과목은 송출도 안되고 선생님 목소리가 언제 나올지, 언제 끊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카메라나 지원 인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실시간으로 수업을 온라인 강의처럼 내보낼 수 없다”면서 면서 “코로나 3년 차인데도 대책 없이 학교에 책임을 떠넘긴다”고 토로했다.

 

한편 교육부는 교직원 확진과 방역 업무에 따른 인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역 인력을 추가 채용하는 등 지원을 약속했다. 이날 교육부는 새 학기 방역 인력 6만1685명을 채용했다고 밝혔다. 방역과 학사운영을 지원하는 비상 점검·지원단도 가동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