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甲)은 오피스텔 162채에 관하여 금융기관을 1순위 우선 수익권자로 하여 신탁회사인 을(乙)과 부동산 담보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을은 신탁 등기를 마쳤습니다. 위 신탁계약 위탁자는 수탁자 사전 승낙을 받아 위탁자 명의로 오피스텔을 임대하도록 정하고 있었고, 이러한 내용은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금융기관은 신탁회사 을에 ‘위탁자 갑의 임대차 계약 체결에 동의하되, 수탁자 을은 보증금 반환에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동의서를 작성하여 위탁자와 신탁회사에 교부하였습니다.
그 후 갑은 을의 사전 승낙을 받아 갑 명의로 병(丙)에게 오피스텔 1채를 임대하였습니다. 병은 오피스텔에 거주하면서 해당 주소로 주민등록을 이전하고 확정일자를 받았습니다.
병은 이후 임대차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퇴거하면서 계약에 동의한 을에 임대차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을로부터 공매절차를 통하여 오피스텔을 취득한 정(丁)에게는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위와 유사한 사건에서 최근 대법원은 을과 정이 병에게 임대차 보증금 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2022. 2. 17. 선고 2019다300095(본소), 2019다300101(반소) 판결}.
위 사건 신탁계약에서 수탁자의 사전 승낙 아래 위탁자 명의로 신탁부동산을 임대하도록 약정하였으므로 임대차 보증금 반환채무는 오로지 위탁자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수탁자의 사전 승낙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임대차 계약의 당사자는 수탁자가 아니라 위탁자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법원은 이러한 신탁계약의 내용이 신탁 등기의 일부로 인정되는 신탁원부에 기재되었으므로 제3자인 임차인 병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하였습니다(2004. 4. 16. 선고 2002다12512 판결).
등기하여야 할 재산권에 관하여는 신탁은 그 등기를 함으로써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신탁법 제4조 제1항).
따라서 병은 임대차 계약상 임대인인 갑을 상대로만 임대차 보증금 반환을 구할 수 있을 뿐입니다. 임대차 계약의 당사자도 아니고, 위탁자로부터 임대차 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한 사실도 없는 을에는 반환을 구할 수 없습니다. 을이 임대인의 지위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그로부터 오피스텔 소유권을 취득한 정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제3자에 대하여 대항할 수 있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따라서 병은 을과 정에게 임치권을 주장할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하여 을과 정이 갑의 임대차 보증금반환채무를 승계한 것은 아닙니다. 위 대항력은 임대인이 아닌 제3자에 대하여도 임차권을 주장하여 사용·수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 제3자가 임대인의 임대차 보증금 반환채무를 당연히 승계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지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jiyoun.yeo@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