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李 ‘이대녀’ 58% vs 尹 ‘이대남’ 58.7%… 갈린 20대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분석

여가부 폐지 싸고 20대 성대결
李, 40∼50대 득표율 절반 넘어
尹, 60대 이상에서 압도적 지지
서울 尹, 경기·인천 李 다소 앞서
사진=뉴스1

20대 대통령 선거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결국 ‘20대’였다. 대선 투표 직후 공개된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 이번 선거 승패의 ‘키’를 쥐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은 20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박빙의 격차를 보였지만, 남녀별로는 지지가 뚜렷했다. 20대 남성은 윤 후보에게, 여성은 이 후보에게 각각 60%에 가까운 강한 지지를 보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여야 주요 후보가 젠더 이슈에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성 대결 양상이 빚어진 것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세대별로도 60대 이상은 윤 후보가, 4050세대에서는 이 후보가 뚜렷한 우위를 보이는 등 격차가 감지됐다. 지역별로는 여야 모두 목표로 한 ‘열세지역 득표율 30%’가 어려워진 것으로 조사됐지만, 양당 텃밭에서 유의미한 ‘균열’ 조짐이 엿보였다.

 

9일 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된 20대 대통령선거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출구조사 결과에서 이 후보는 40대(60.5%)와 50대(52.4%)에서, 윤 후보는 60대 이상(67.1%)에서 상대 후보보다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대별로 뚜렷한 지지성향 교차가 드러난 셈이다.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 중 하나였던 20대에서는 이 후보 47.8%, 윤 후보 45.5%로 박빙이었지만, 성별로 나뉠 경우 극명하게 갈렸다. 다른 세대에서는 남녀간 지지 격차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던 것과 대비된다.

20대 이하 남성은 윤 후보가 58.7%로, 36.3%의 이 후보를 압도했다. 반면 20대 이하 여성에서는 이 후보가 58.0%의 득표율로 33.8%인 윤 후보에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30대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관측됐다. 이 후보가 46.3%, 윤 후보가 48.1%를 각각 나타냈는데, 30대 남성은 윤 후보가 52.8%로, 42.6%를 기록한 이 후보에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30대 여성에서는 이 후보가 49.7%로 43.8%인 윤 후보를 이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남성의 경우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강조한 윤 후보 쪽에 결집했고, 여성은 반대로 이 후보에게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2030 대는 정치 현안에 점점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주요 선거의 캐스팅 보트로 부상했다.

 

지역별로는 전통적인 여야 텃밭에서 양당 후보가 예상대로 강세를 보였다. 윤 후보는 TK(대구·경북)과 PK(부산·울산·경남)에서 이 후보보다 뚜렷한 우위를 보였고, 이 후보는 호남에서 80%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윤 후보는 호남에서, 이 후보는 TK에서 얻고자 했던 ‘30% 지지율’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조사됐다. 출구조사 결과 윤 후보는 광주 13.7%, 전북 14.4%, 전남 13.3%에 그쳤고 이 후보는 대구 24%, 경북 24.6%에 그쳤다. TK와 호남은 유권자 비중이 각각 9.8%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양당 텃밭이라는 점에서 두 후보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아왔다.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울산 남구 삼산동 제8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소중한 한 표 행사 뒤 인증샷을 찍고 있다. 뉴시스

두 후보 모두 목표 달성은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균열’은 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윤 후보는 18대 대통령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받은 호남 득표율을 넘어섰고, 이 후보도 19대 대통령선거에서의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받은 TK 득표율을 넘어섰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에서 윤 후보가 50.9%로 이 후보보다 4.5%포인트 앞선 것으로 조사된 반면, 경기와 인천에서는 이 후보가 각각 50.8%, 49.6%로 윤 후보보다 4.9%포인트, 4%포인트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역대 대선에서 진보진영 계열 후보가 서울에서, 보수진영 계열 후보는 경기도에서 우위를 보였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이도형·나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