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배출한 3·9 대선의 승패 관건은 결국 서울이었다.
개표가 마무리된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안방인 경기에서 윤 당선인을 눌렀지만, 집값 상승 등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직격탄을 맞은 서울에서 패하며 무릎을 꿇었다. 윤 당선인은 기대치에는 부족했지만,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 전역에서 국민의힘 계열 후보로는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했다.
◆부동산 표심 고스란히 반영된 서울 득표율
이번 대선에선 결국 부동산 이슈가 서울 민심을 흔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 당선인은 서울에서 325만5747표를 얻어 294만4981표에 그친 이 후보를 31만766표 차이로 앞섰다. 이는 전체 표 차이(24만7077표)와 비슷한 수치다. 서울은 문 정부 부동산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지역으로, 대선 기간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열세가 꾸준히 이어졌다.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부동산 세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 3구’와 집값 상승을 주도한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 라인에서 모두 윤 당선인이 승리했다. 반면 이 후보는 호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윤 당선인에게 밀렸다. 그러나 경기에서 윤 당선인을 46만2810표 차이로 앞서며 마지막까지 초접전 양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대장동 특혜 의혹’이 불거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선 윤 당선인 득표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 역시 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따른 영향이 반영된 결과란 평가가 나온다.
◆윤 당선인, 호남 3곳서 모두 두 자릿수 득표율
각 당은 이번 대선에서 경쟁자 텃밭에 많은 공을 들였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지역주의의 벽을 허물진 못했다. 다만 윤 당선인이 호남 3개 지역서 모두 두 자릿수 득표율을 거둔 것은 성과다. 윤 후보는 전남에서 11.44%, 광주 12.72%, 전북에서 14.42%를 얻었다. 특히 광주 남구 봉선봉에서는 39%에 달하는 득표율을 거뒀다. 역대 대선에서 보수 정당 후보가 호남에서 기록한 최고 득표율은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얻은 10.5%였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의 기록을 경신했지만, 선거 과정에서 내세웠던 호남 득표율 30%보다는 아쉬운 성적이다.
◆이재명 ‘안동’, 윤석열 ‘논산’… 나란히 고향서 선전
두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각자 자신의 고향에서 선전했다. 서울 출신인 윤 후보는 선거 유세에서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충남 논산 출신인 점을 강조하며 자신을 ‘충청의 아들’로 칭했다. 지역 기자 간담회 등에서 “부친부터 선대가 500여년을 살아온 지역이니 고향이 아니겠는가”라며 지역 민심에 호소했다. 실제 윤 후보는 민주당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우세한 논산에서 49.72%로 46.45%를 득표한 이 후보를 앞섰다.
이 후보도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29.13%를 득표했는데 이는 이 후보의 경북 전체 득표율(23.80%)보다 5.33%포인트 높다. 경북에서 안동 다음으로 이 후보 득표율이 높은 곳은 구미(26.74%)였다.
◆충남 금산 대선 승리 100% 적중… ‘제주 1위=당선’ 공식은 깨져
충남 금산군은 1987년 직선제 이후 대통령 선거에서 적중률 100%를 유지했다. 이 지역에서 1위를 차지한 13∼19대 대선 후보는 모두 당선됐다.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곳에서 정동영 후보(대통합민주신당)를 942표(3.34%) 차이로 신승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윤 당선인은 금산군에서 1만8178표(54.48%)를 득표하며 1만4002표(41.96%)를 받은 이 후보를 이기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제주에서 1위를 한 후보가 당선된다는 공식은 이번 대선에서 깨졌다. 제주도 금산군과 마찬가지로 13대 대선 이후부터 직전 19대 대선까지 이곳에서 1위를 한 후보는 모두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윤 당선인이 42.69%(17만3014표)로 2위를 기록했다. 이재명 후보는 21만 3130표를 얻어 득표율 52.59%로 1위를 차지했지만,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