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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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료 5년간 동결 유력… ‘안전속도 5030’도 바뀔까

새정부 변화 앞둔 자동차 정책들

7월 폐지 충전 할인 특례 연장 골자
보조금 축소로 보급 축소 방지 기대
한전·충전사업자 부담 증가 논란 우려

안전속도 50㎞ ‘과도한 규제’ 지적
보행자 통행 불가지역 60㎞ 상향 검토
법인차엔 전용 번호판 적용도 담겨

서울에 사는 40대 회사원 김모씨는 최근 신차 구매를 고민하다 대선 결과를 보고 전기차로 마음을 굳혔다. 최근 유가가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는 가운데 대선 공약에서 나온 전기차 ‘충전요금 5년 동결’이 그의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이다. 김씨는 “고민 끝에 예약해둔 내연기관 차를 취소하고 국산 전기차를 구매하기로 했다”며 “유류비 부담은 계속 늘어나는데 최소 5년은 충전요금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점이 끌렸다”고 말했다. 새정부 출범과 맞물려 대선 공약이 자동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충전요금 할인 5년 연장… 한전 손실 보존은 숙제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대선 공약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전기차 충전요금 5년 동결이다. 현재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충전요금 현실화 정책으로 인한 전기차 보급 축소를 막겠다는 취지다.

한전은 2017년 1월부터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 특례제도를 시행해왔다. 이 할인율은 1년마다 갱신했다.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는 기본요금의 50%, 전력량 요금 30%씩 할인해줬다. 2020년 기준 급속충전기(50㎾) 사용 요금은 1㎾h당 255.7원이었다. 지난해 7월부터는 각각 25%와 10%의 할인율이 적용돼 292.9원의 요금을 받고 있다. 이 특례 할인 제도가 올해 7월부터는 폐지된다. 윤 당선인은 전기차 충전 할인 특례를 5년간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이 같은 정책이 현실화하면 한전의 발전 단가가 매년 상승하면서 세금으로 전기차 할인분을 보조하는 데 따른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에서는 한전과 충전사업자의 부담이 커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윤 후보의 전기차 관련 공약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의중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직접 운전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 1월 평택 화재 당시 이 대표는 윤 당선자를 자신의 전기차 조수석에 태우고 직접 운전해 소방관 빈소를 방문했다. 전기차를 직접 운행하면서 느끼는 문제점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유소·LPG 충전소 내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규칙을 완화해 주유소 내 설치 가능 건물에 ‘연료전지’를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더 확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충전 요금이나 인프라 확충은 이를 가속화 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속도 ‘5030’→‘6030’으로 바뀔까

지난해 4월 전국에 시행된 안전속도 5030의 수정도 주요 공약이다. 당초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도입한 정책이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로 인해 운전자들의 불만이 많았던 대목이다. 윤 당선인은 이를 보행자 통행이 불가능한 도로에 한해 제한속도를 시속 60㎞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측은 시속 70∼90㎞에 맞춰져 있는 자동차 경제속도, 노후 디젤 차량의 경우 저속주행 시 엔진 온도가 낮아져 매연 저감 기능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고 부연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기존 5030 정책에 대한 개선과 지능형 교통 시스템 도입이 확대 될 것으로 보인다.

안전속도 5030은 도시 지역 내 일반도로의 제한 속도를 시속 50∼60㎞ 이내, 이면도로의 제한 속도를 시속 30㎞ 이내로 낮추는 정책이다. 다만 정책 시행에 맞춰 신호체계를 개편하지 못했고, 보행자 통행이 불가능한 도로에서도 속도 제한이 있어 이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법’ 번호판 단 법인차 등장… 업무용 슈퍼카 잡나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법인 차량을 해결하는 문제도 공약으로 나왔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 중 하나로 국민의 공분을 샀던 문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5월 기준 1억∼4억원선 법인차 비율은 절반이 넘었고, 4억원 이상 슈퍼카의 법인차량 비중은 62%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일부 사주가 회삿돈으로 산 고가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면서 세금까지 탈루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윤 당선인은 법인차 전용 번호판(초록색) 도입을 공약했다.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영업용(노란색)이나 전기차(파란색)처럼 전용색을 쓴 번호판을 달거나, 렌터카(허·하·호) 처럼 특정 문구를 넣은 법인 차량 번호판을 보급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이륜차·택시 안전성 높이고, 음주운전 처벌은 강화

이륜차와 택시 등에 대한 안전 정책도 내놨다. 택시에 차로 이탈방지 장치와 전후방 충돌방지 시스템 장착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한 국가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또 택시의 보호 칸막이 설치 지원도 공약했다. 이를 통해 택시의 안전성을 높이고 교통사고를 예방한다는 목표다.

최근 배달이 늘어나면서 논란이 확대되는 영업용 이륜차에 대한 전면 번호판 의무화도 공약했다. 오토바이에도 운행기록장치나 블랙박스를 설치할 경우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내용도 담겼다. 이를 통해 이륜차의 난폭운전과 교통법규 위반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윤 당선인은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을 기준으로 한 단순 음주운전 2회를 포함해 대물사고·대인사고 등 모든 경우에 대해 음주운전자 면허 결격 기간을 3년으로 늘리겠다고도 밝혔다. 현재 단순 음주운전의 결격 기간은 1년, 대물사고는 2년이지만 이를 통합해 모든 경우에 대해 결격 기간을 3년으로 올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