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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없어지면 지원 끊기나요”… 폐지론에 관련단체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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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핵심 공약
생리대·양육지원 등 받던 시민들
주요 사업 중단 여부 문의 잇따라
국회 과반 의석 민주당 폐지 반대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내 여성가족부 현판 모습. 연합뉴스

“여성가족부 폐지되면 성폭력 피해자들은 아예 지원받을 수 없는 건가요?”

제20대 대통령선거 결과가 나온 지난 10일 네이버의 지식 공유 서비스인 ‘지식인’에 올라온 글이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해 온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자 여가부의 주요 사업이 중단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며 이런 질문을 남긴 것이다. 작성자는 청소년과 가족 정책 사업도 언급하며 “지원받을 다른 방법이 있냐”고 물었다.

지식인에는 이처럼 여가부의 존폐 문제를 언급한 글이 10일 이후에만 900건 이상 올라와 있다. 이 중 다수는 여가부 폐지가 실제로 가능한지를 묻는 글이었지만, 여가부 사업으로 생리대나 양육 지원을 받아왔다는 사람들이 지원 중단을 걱정하며 올리는 글도 있었다.

이처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여가부 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선인 측은 아동과 가족, 인구 문제를 포괄하는 새 부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20여년을 이어온 성평등 정책이 후퇴할 수 있다며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13일 여가부 등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성평등 정책은 여가부뿐 아니라 8개 부처 내 하부조직인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담당한다. 성평등 추진체계는 2001년 김대중정부의 여성부 설립으로 시작돼 이명박정부에서 잠시 여성부로 축소됐지만, 2010년부터는 다시 보육·가족 업무를 이관받아 현재의 여가부로 확대 개편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및 부위원장 인선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하지만 여가부가 추진한 정책이 여성 권익 향상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거나 여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낳았다는 주장이 일부 남성을 중심으로 확산하며 여가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나타났다. 대선 기간 20대 남성 유권자 표심을 겨냥해 여가부 폐지 공약을 내세운 윤 당선인은 이날도 인수위원회 인선 발표를 하면서 “(여가부가) 이제는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며 여가부 폐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이 여전히 차별받거나 성별을 근거로 한 폭력을 경험한다며 여가부 존속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여가부 폐지 공약은 더는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것을 전제하지만, 여성들이 느끼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며 “인권국가로 나아가는 흐름에서 성평등 가치를 되돌리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역행”이라고 비판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경제활동 참여율이나 고용률, 임금 등에서 성별 격차가 크고 출산이나 양육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도 많다”며 “한국사회가 양성평등이 됐다든지 (여가부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은 정확하지 않고 현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여가부 폐지가) 남녀 대결로 이어질 것이 아니라 정부나 기업의 정책을 바로잡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해외에는 여가부와 같은 성평등 정책 전담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달 25일 발행한 ‘국내외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20년 기준 194개 국가에 성평등 정책 전담기구가 설립돼 있다. 보고서는 여성이나 젠더 문제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정부기구를 둔 국가가 늘었고, 특히 권한이 많은 독립부처 형태의 기구로 전환된 곳이 많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성평등 추진체계의 국내외 현황과 과제’ 보고서도 “정치 공학적인 시각이나 인기에 영합하여 단순히 부처의 통폐합 또는 축소·확대에 대한 논의에 그쳐서는 안 되며, 전반적인 성평등 정책의 추진, 실행, 효과 등이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여가부 폐지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여가부 폐지를 위해선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하는데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