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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장동 규명 꼼수 없어” 여가부 폐지엔 “소명 다해” [윤석열 시대]

민주 “3월 임시국회 처리” 관련
尹 당선인 “어떤 조치라도 해야”
‘여가부 폐지 반발 돌파’ 질문엔
“더 효과적인 정부 조직 구상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3일 이른바 ‘대장동 의혹’ 특별검사 도입과 관련해 “국민들이 다 보시는데 부정부패의 진상을 확실히 규명할 수 있는 어떤 조치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국민의힘 일각에서 자신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우려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선 “이제는 (여가부가)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나”라며 공약 이행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날 윤 당선인은 오후에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핵심 인선안을 발표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에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특검에 윤 당선인도 동의해 3월 내로 특검법안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는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윤 당선인은 “거기(대장동 진상규명)에는 무슨 꼼수라든가, 그런 것도 없다고 작년부터 늘 주장해왔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윤 위원장은 오전 기자회견에서 “우리 당은 지난 대선 기간에 (대장동) 특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특검 실시에 대해 국민의힘과 윤 당선인이 동의한다고 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3월 임시국회 처리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3일 윤 당선인을 겨냥한 특검안을 제출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대선 때부터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몸통’이라고 맹폭했다.

 

다만 민주당 윤 위원장이 언급한 특검안의 3월 임시국회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대선 때 낸 건 특검법안이 아니라 수사요구안”이라며 “도둑이 도둑 잡을 수사관을 도둑이 지정하겠다는 건데 말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김 원내대표는 “가짜 특검안을 처리하자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지난해 발의한) 특검법안을 처리하자고 하면 처리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여가부 폐지에 관한 정치권의 이견이나 반발을 어떻게 돌파할 것이냐’는 질문엔 여가부가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며 “불공정, 인권침해, 권리 구제 등을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더 효과적인 정부 조직을 구상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내 여성가족부 현판 모습. 연합뉴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은 “저는 원칙을 세워놨다. 여성·남성이라는 집합에 대한 대등한 대우라는 방식으로는 여성이나 남성이 구체적 상황에서 겪는 범죄 내지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며 “과거에는 남녀의 집합적 차별이 심해서 아마 김대중 대통령 시절 이것(여성부)을 만들어서 많은 역할을 했는데 지금부터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불공정 사례나 범죄적 사안에 대해 더 확실하게 대응하는 게 맞다”고 언급했다.

 

윤 당선인이 ‘지역·여성 할당’을 배제하는 인사 원칙을 내세운 것도 이런 인식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국민통합은 실력 있는 사람을 뽑아 국민들을 제대로 모시고 지역 발전 기회를 공정하게 부여하는 것을 우선 원칙으로 하면서 여러 고려할 부분을 고려해야지, 그것(지역·여성 할당)을 우선으로 하는 국민통합은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가부 없어지면 지원 아예 끊기나요”

 

“여성가족부 폐지되면 성폭력 피해자들은 아예 지원받을 수 없는 건가요?”

 

제20대 대통령선거 결과가 나온 지난 10일 네이버의 지식 공유 서비스인 ‘지식인’에 올라온 글이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해 온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자 여가부의 주요 사업이 중단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며 이런 질문을 남긴 것이다. 작성자는 청소년과 가족 정책 사업도 언급하며 “지원받을 다른 방법이 있냐”고 물었다.

 

지식인에는 이처럼 여가부의 존폐 문제를 언급한 글이 10일 이후에만 900건 이상 올라와 있다. 이 중 다수는 여가부 폐지가 실제로 가능한지를 묻는 글이었지만, 여가부 사업으로 생리대나 양육 지원을 받아왔다는 사람들이 지원 중단을 걱정하며 올리는 글도 있었다.

 

이처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여가부 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선인 측은 아동과 가족, 인구 문제를 포괄하는 새 부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20여년을 이어온 성평등 정책이 후퇴할 수 있다며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 내 여가부에 적막이 흐르고 있다. 뉴스1

13일 여가부 등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성평등 정책은 여가부뿐 아니라 8개 부처 내 하부조직인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담당한다. 성평등 추진체계는 2001년 김대중정부의 여성부 설립으로 시작돼 이명박정부에서 잠시 여성부로 축소됐지만, 2010년부터는 다시 보육·가족 업무를 이관받아 현재의 여가부로 확대 개편됐다.

 

하지만 여가부가 추진한 정책이 여성 권익 향상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거나 여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낳았다는 주장이 일부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확산하며 여가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나타났다. 대선 기간 20대 남성 유권자 표심을 겨냥해 여가부 폐지 공약을 내세운 윤 당선인은 이날도 인수위원회 인선 발표를 하면서 “(여가부가) 이제는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며 여가부 폐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이 여전히 차별받거나 성별을 근거로 한 폭력을 경험한다며 여가부 존속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여가부 폐지 공약은 더는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것을 전제하지만, 여성들이 느끼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며 “인권국가로 나아가는 흐름에서 성평등 가치를 되돌리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역행”이라고 비판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경제활동 참여율이나 고용률, 임금 등에서 성별 격차가 크고 출산이나 양육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도 많다”며 “한국사회가 양성평등이 됐다든지 (여가부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은 정확하지 않고 현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여가부 폐지가) 남녀 대결로 이어질 것이 아니라 정부나 기업의 정책을 바로잡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는 여가부와 같은 성평등 정책 전담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달 25일 발행한 ‘국내외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20년 기준 194개 국가에 성평등 정책 전담기구가 설립돼 있다. 보고서는 여성이나 젠더 문제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정부기구를 둔 국가가 늘었고, 특히 권한이 많은 독립부처 형태의 기구로 전환된 곳이 많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성평등 추진체계의 국내외 현황과 과제’ 보고서도 “정치 공학적인 시각이나 인기에 영합하여 단순히 부처의 통폐합 또는 축소·확대에 대한 논의에 그쳐서는 안 되며, 전반적인 성평등 정책의 추진, 실행, 효과 등이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여가부 폐지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여가부 폐지를 위해선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하는데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주영·김병관·이종민·구현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