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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백의자유롭게세상보기] 원칙은 지키되 공약에 집착하지 않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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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후 정치세력 대변 위한 공약
무리하게 추진하다 자멸 반복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기반
국가 운영기조 확립이 최우선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헌정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대선은 불과 24만여표 차로 승부가 갈렸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이 정도 차이라면 접전이라 얘기할 만한데 전국 단위 대통령 선거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 박빙의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당선인으로 상징되는 정권교체의 열망이 결국 승리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2017년 촛불혁명의 후광으로 화려하게 입성한 문재인 대통령, 지방선거와 총선거에서 연이어 대승을 거둔 민주당은 누구 말대로 100년 집권을 꿈꿨다. 처음에는 거침이 없었다. 참모들과 셔츠 차림으로 산책하는 모습, 남북 긴장완화 등 국민이 꿈꾸던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폭등, ‘내로남불’ 논란에 소속 광역단체장의 불미스런 낙마가 연달아 발생하며 정권은 기울기 시작했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사회학

여전히 대통령 지지율은 높았고, 야당은 지리멸렬했다. 그런데 조국 사태를 기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정권의 핵심을 수사하며 상황은 급변했다. 이 정권의 참모습을 깨닫고 총장직을 사퇴한 후 정치 참여를 결심한 윤 당선인은 초반에 서투른 모습도 보였으나 정권교체의 역사적 사명을 깨닫고 야권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결국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까지 품는 통합의 모습을 보이며 국민의 반수 이상이 열망한 정권교체를 실현했다.

선거에서는 이겼지만, 국회 170여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존재, 0.7%포인트라는 초박빙의 결과를 보면 윤 당선인의 앞날이 마냥 꽃길로 장식되지는 않으리라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어렵게 정권을 탈환했기 때문에 권력투쟁은 불거질 것이며 이번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반영하려는 여러 이익집단의 요청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에 놓일 것이다.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윤 당선인이 공정과 상식,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라는 기본 원칙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천명했다는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의 어떤 대통령이 이러한 원칙을 지키지 않겠다고 말했겠느냐마는 최초의 검찰 출신 대통령, 의원 경력이 없는 대통령이기에 말바꾸기를 취미 삼았던 정치인 출신 대통령과는 다르리라는 기대를 숨길 수 없다.

과거 대통령이 실패했던 경로를 살펴보면 역사의 교훈을 발견할 수 있다. 대통령제 하에 새로 선출된 대통령은 임기 초반에 높은 인기를 누린다. 하지만 이 인기에 취해 자신의 소신, 배후 정치세력을 대변하는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수를 쓰다가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이 반복됐다. 김영삼 대통령의 세계화 정책,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개혁과 검찰개혁, 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과 한반도 대운하,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인 예다. 목표를 공약으로 설정하고 임기 동안 실천하는 일이 지극히 당연한 대통령의 사명으로 보이나 결과는 아름답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정권교체로 이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그런가?

첫째, 자신을 지지한 세력을 위해 특정 목적으로 개발된 공약은 정책의 복합성을 경시하는 과오를 범한다. 정책은 특정인을 위한 상품 개발과는 다르며 국민의 세금을 사용해 공적 권력을 통해 구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이해관계자가 된다. 따라서 특정 집단을 위한 정책의 집행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고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논란, 세입자를 위한다는 임대차 3법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둘째, 특정한 정책 목표를 세우면 눈과 귀가 막히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를 나와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어디에서 집무하든 대통령이 국민의 생각을 모두 들을 수는 없다. 그러다 보면 시대의 변화에 뒤처지고 당선 이전의 공약에 집착해 새로운 변화를 담아내는 시도를 피하게 된다. 정권의 몰락은 아집과 불통에서 출발한다.

윤 당선인은 어떻게 나라를 운영해야 하는가? 공정과 상식에 따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존중하는 국가운영 기조의 확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을 제언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언제나 국민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불평등과 다수의 횡포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인간의 본성을 인정하면서도 시행 착오와 구성원의 집단지성을 통해 문제를 개선하는 자정능력이 있다. 대부분 국가가 이 체계를 사회구조의 근간으로 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대통령이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자율성을 가지고 서로 소통하며 참여할 수 있는 공공의 장을 만들고 대통령이 이를 수호하면 국가는 결국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물론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기에 불가피하게 낙오된 사람, 참여 자체가 어려운 사람을 보듬고 살피는 사명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구원자가 아니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100년을 살아야 한다. 5년마다 새로운 정책을 시험하며 예측할 수 없는 사회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을 수호하면서도 따스함이 넘치는 사회를 만드는 대통령, 원칙을 지키되 공약에 집착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