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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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5~11세 31일부터 접종”…학부모 “이미 늦어” 반응 싸늘

당국, 심근염 백신 이상반응 인정
위중증환자 1158명 역대 최고치
확진자 중 25%… 위중증도 증가
백신 거부감에 접종률 높지 않을 듯
14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응급의료센터에서 의료진들이 소아·청소년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스1

만 5~11세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달 말부터 시작된다. 12~17세 3차 접종도 시행한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소아·청소년 피해가 커짐에 따라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심근염은 인과성을 인정해 보상하기로 했다.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4일 5~11세(2010~2017년생) 소아 307만명에 대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당뇨, 만성폐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소아는 접종을 적극 권고하고, 그 외는 자율 접종이다. 5~11세는 소아용 화이자 백신을 맞는다. 소아용 백신 초도물량 30만회분은 이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사전예약은 24일부터 가능하며, 접종은 3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1, 2차 접종 간격은 8주다. 12~17세(2005~2010년생)는 2차 접종 3개월이 지난 경우 3차 접종 대상이 된다. 이날부터 사전예약을 받아 21일부터 접종한다. 확진 후 완치된 소아·청소년은 접종하지 않아도 된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확진자가 급증하는 현재 상황에 대처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변이에도 대비하기 위해 접종 가능한 모든 국민에게 충분한 접종 기회를 부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인과성 근거 불충분’(4-1)으로 분류했던 심근염은 백신 이상반응으로 변경됐다. 4-1 심근염 사례는 지난 8일 기준 사망 12건을 포함해 389건이다. 이전에 피해보상을 신청한 경우 별도 추가 절차 없이 소급적용해 보상한다. 4-1 판정으로 이미 치료비 등을 지원받았다면 이 금액을 제외하고 지급한다.

병원 밖까지 장사진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을 수 있게 된 14일 경기 광명시 한 의원 입구에 진단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 지어 서 있다. 광명=이재문 기자

코로나19 유행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날 위중증 환자수는 1158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루 사망자 수도 200명으로 닷새 연속 200명대가 이어졌다. 신규 확진자는 30만9790명으로, 전주 월요일보다 1.5배 많다. 이날부터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양성도 확진으로 인정되면서, 15일 발표될 수치 증가폭이 커질 전망이다.

방역 당국은 17~22일 일평균 확진자 31만6000~37만2000명 규모로 유행 정점을 형성한 뒤 오는 23일 이후 감소하고, 위중증 환자는 25~다음달 1일 1650~2120명이 최고치일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정점을 고려해 이번주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을 논의한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 생활지원비는 격리일수와 무관하게 1인 10만원(일 2만원X5일), 2인 이상 15만원 정액 지원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16일에 통지를 받은 격리자부터 적용된다.

14일 오전 경기 화성시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아이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뉴스1

◆18세 이하 확진 폭증에 소아·청소년 접종 결정… 접종률 높지 않을 듯

 

정부가 5∼11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과 12∼17세 3차 접종에 나선 것은 오미크론 우세종화 이후 소아·청소년 연령층의 감염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아·청소년 감염자 중 드물지만 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숨지는 사례도 잇따라 백신 접종으로 보호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현재 유행이 지나간 후에야 소아 백신 접종이 완료되고 부모들의 자녀 백신 접종 거부감도 상당한 점을 감안했을 때 접종률이 높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14일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3월2주(6∼12일) 전체 확진자 중 18세 이하 확진자는 25.5%를 차지한다. 11세 이하 확진자 비중은 2월1주 14.4%에서 3월2주 15.9%로 상승했다.

 

지난 12일 기준 5∼11세 위중증 환자는 20명, 사망자는 4명 발생했다. 위중증 환자의 70%(14명), 사망자의 50%(2명)가 기저질환이 있었다. 12~17세 확진자 중 위중증 환자는 26명, 사망자는 2명이다. 위중증 환자의 84.6%(24명)가 미접종자였다.

소아용 백신 초도물량 30만회분이 14일 오후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의 효과성과 안전성은 해외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5~11세 백신 접종은 미국 등 62개국에서 진행 중이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질병 발병·사망률 주간보고서’에 따르면 2차 접종을 완료한 5~11세의 경우 오미크론 변이 유행 기간 중 응급실 및 긴급치료를 51% 예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5~11세 870만명 접종 후 이상반응은 4249건(0.05%) 신고됐고, 대부분이 발열, 두통 등이었다. 12~17세 3차 접종은 미국, 이스라엘, 독일, 프랑스 등에서 권고하고 있다. 미국 CDC 분석 결과 3차 접종 후 응급실 및 긴급치료 예방 효과가 47% 상승했다. 이상반응은 2차 접종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5∼11세 백신 접종률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연령이 낮을수록 코로나 19 백신 접종률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12세의 1차 접종률은 이날 기준 7.9%에 그친다.

 

부모들은 소아 코로나19 접종에 대해 싸늘한 반응이다. 소아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중증이나 사망 비율이 극히 낮은 데다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고, 성장 후 어떤 영향을 줄지 몰라 불안하다는 것이다.

14일 오전 경기 화성시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아이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뉴스1

현재의 코로나 19 유행 규모를 줄이는 데 영향을 미치기에도 접종 시점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1차 접종하면 2차는 8주 후인 5월26일이다. 항체 형성 기간 2주를 고려하면 6월에야 백신 효과가 본격 반영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5∼6월엔 소아·청소년 상당수가 이미 감염된 뒤여서 접종에 나서려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