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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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현, SNS서 뮨파 소개하며 “최근에 나온 신조어”

문재인의 文, 윤석열의 尹 합성한 글자 ‘뮨’
일각선 "신구 권력의 충돌 막으려는 충정"
2019년 7월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기 위해 청와대에 들어간 윤석열 현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문재인 대통령과 나란히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뮨파.’ 문재인 대통령의 성 문(文)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성 윤(尹)을 따서 만든 이 신조어가 온라인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이면서도 이재명 후보한테는 비판적 입장을 드러낸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라는데,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측이 격렬하게 다투면서 과연 뮨파가 실체가 있는 건지 의문이란 시선도 감지된다.

 

16일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뮨파를 한자로 쓴 사진이 게시돼 있다. 여기서 뮨은 실제로는 없는 글자인데 문(文)과 윤(尹)을 합성한 독특한 모양새다. 정 전 실장은 “최근에 새로 나온 신조어라길래 재미로 한번 써봤습니다”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언론인 출신인 정 전 실장은 흔히 ‘이낙연 전 총리 사람’으로 분류된다. 이 전 총리가 국무총리로 재직하던 시절인 2018년 1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총리 비서실장(차관급)을 지냈다. 이처럼 민주당 인사로 알려진 그가 대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달 21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은 민주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뜻밖의 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정 전 실장은 SNS에 올린 글에서 “도덕성과 개혁성을 겸비한 진보 진영의 내로라 하는 명망가들이 ‘전과4범-패륜-대장동-거짓말’로 상징되는, 즉 지도자로서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행태를 저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예측 불가능한 ‘괴물 대통령’보다는 차라리 ‘식물 대통령’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은 이재명, 그리고 이낙연 진영 간 앙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란 평가가 나왔다.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새로 나온 신조어”라며 써서 SNS에 올린 ‘뮨파’ 한자. 실제로는 없는 글자인 뮨은 문재인 대통령의 문(文)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윤(尹)을 합성한 것이다. SNS 캡처

그럼 앞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지했고 지금은 윤 당선인을 응원하는 뮨파라는 세력이 정말로 존재하는 걸까. 대선을 여드레 앞뒀던 지난 1일 대표적 친문(친문재인) 단체인 ‘깨어있는 시민연대’(깨시연) 회원들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윤 후보 지지 선언을 한 점을 보면 실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2019년 문 대통령이 온갖 비리 혐의를 받고 있던 조국 전 서울대 교수의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빚어진 이른바 ‘조국 사태’ 때 같은 장소에서 당시 검찰총장이던 지금의 윤 당선인을 비난하는 집회를 열었던 사람들이다. 그로부터 약 3년 만에 깨시연은 “서초의 빚을 갚겠다”며 윤 후보한테 사과했다. 윤 후보 역시 집회 현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일각에선 뜬금없는 뮨파의 등장이 대선 패배 책임을 온전히 이재명 후보 측에 돌리려는 민주당 내 일부 세력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윤 당선인이 선거운동 기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를 겨냥한 적폐청산 수사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신구 권력 사이에서 일종의 완충 역할을 하며 어떻게든 이를 막아보려는 충정(衷情)의 발로가 아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당장 이날로 예정됐던 윤 당선인의 청와대 방문, 그리고 문 대통령과의 만남이 미뤄진 점에 비춰 알 수 있듯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화해’는 그리 쉽게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회동 연기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으나, 본질은 신구 권력의 대립과 충돌 때문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