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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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주택 화재로 일가족 4명 사망… 신변 비관 방화 추정

70대 남편·뇌병변 처남 셋 숨져
장애수당·공공근로로 생계 유지
아내 “남편이 최근 기름통 가져와”
경찰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수사”
16일 오후 10시 47분께 전북 김제시 신풍동 한 주택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이 불로 집 안에 있던 4명이 사망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16일 밤 늦게 전북 김제시 한 주택에서 불이 나 뇌병변장애가 있는 삼형제 등 일가족 4명이 숨졌다. 경찰은 같이 살고 있는 70세 남성이 삶을 비관해 저지른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17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47분쯤 김제시 신풍동 단독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A(70)씨와 50대 남성 3명 등 4명이 숨졌다. 당시 집 안에는 A씨와 사실혼 관계인 B씨, B씨의 동생 3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불이 나자 B씨는 다급히 집 밖으로 뛰쳐나와 화를 모면했지만 A씨와 뇌병변장애로 주위의 도움 없이 쉽게 움직이기 힘든 B씨 남동생 3명은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해 화마에 희생됐다. 불은 50여분 만에 진화됐다.

 

A씨 등은 B씨가 2006년쯤부터 대구에서 이 집으로 이사 와 동생 3명을 돌보면서 함께 살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일정한 직업이나 수입이 없고 몸이 쇠약해 전동휄체어에 의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월 20만∼30만원의 공공근로수당과 3명의 남동생 앞으로 매달 지급되는 장애수당 170만원 등으로 가족 생계를 이어왔다.

17일 오전 전북 김제시 신풍동의 한 주택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이 집에서 전날 오후 10시 47분께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4명이 사망했다.    연합뉴스

그는 화재 당시 ‘펑’하는 소리에 놀라 방에서 빠져나와 집 밖으로 몸을 피한 뒤 이웃 주민에게 119에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웃 주민들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B씨가 악착같이 생활하며 장애 동생들을 보살펴왔다”며 “가족과 집을 모두 잃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A씨가 신변을 비관해 집 안에서 인화성 물질을 끼얹고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최근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말을 자주 했고 며칠 전에는 기름통을 집으로 가져왔길래 두 차례나 치운 적이 있다”며 “방 안에 있어 직접 확인은 못했지만, 불은 남편이 지른 게 확실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집으로 가져왔다는 인화성 물질의 구입 경로와 화재 당시 상황 등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을 진행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제=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