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변하면 사람들의 생각도 행동도 달라진다. 미술도 그랬다. 1960년대 대중문화가 넘쳐나던 때 예술가들은 새로운 길을 나섰다. 대중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미지들의 홍수, 대량생산되는 새로운 상품들, 번잡한 대도시 고층 건물과 인공구조물에 둘러싸인 예술가들은 자연에서 감수성을 얻고 표현했던 것과 다른 방식을 꿈꿨다.
어떤 방식이었을까? 전통적 회화나 조각의 이미지와 대중문화 속 이미지가 갖고 있는 차이점에서 그 단서를 찾았다. 회화나 조각의 이미지는 어떤 매체를 사용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따라서 서로 다른 뉘앙스를 갖는다. 똑같은 대상일지라도 어떤 예술가의 작품인가에 따라서 서로 다른 의미와 느낌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미술작품의 이미지는 미묘하고 암시적이며 때론 불명료하다.
이에 반해 광고나 상품 이미지는 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 명확하고 단일한 의미를 고집한다. 개인의 주관적 요소에 의해 영향 받지 않는 중립적이며 객관적인 의미를 제시한다. 대중문화의 이런 특성을 잘 읽어내고, 자신의 미술세계로 끌어들인 팝아트 화가가 미국의 로이 릭턴스타인이었다. 그는 복잡하고 모호한 이미지를 새로 만들어 보는 이를 혼란에 빠트리는 길을 버리고, 사람들이 익숙하게 접하는 만화 이미지를 소재로 자신의 작품을 만들었다. 대중문화 시대 사람들의 감성이 변했고 그에 따라 예술도 달라져야만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줄거리나 사실성에 중점을 두는 만화를 형식적 소재로만 사용했다. 만화의 한 컷을 골라 스케치하고, 영사기를 통해 화면에 확대 투사한 후, 그 형상에 색을 입혔다. 빨강 파랑 노랑 하양 등 색면을 강조하고, 검은 선으로 테두리를 둘렀다. 신문 그림 인쇄에 사용되던 망점도 만화의 말풍선도 그림의 요소로 변형했다. 이렇게 만화의 모든 것이 릭턴스타인화되어 그만의 형식세계 그림이 탄생했다. 그 결과는? 음-어쩌면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색면이 주는 공허함을 넘어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까지 주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