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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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사태 때완 다른 日의 우크라 피란민 지원… ‘일종의 붐’인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도쿄=A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고 6일 후인 지난 2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우크라이나 국민들과의 연대를 위해 피란민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의 하나로써 1일 5000명으로 입국자수를 제한하는 것에서도 예외로 뒀다. 15일에는 단기체류에서 취업이 가능한 1년 간의 ‘특정활동‘으로 변경을 인정했다.

 

“난민인정자수가 극히 적어 ‘냉정하다’는 말까지 듣는 일본이 인도주의적 각성을 이뤄 곤경에 빠진 외국인에게 문호를 넓힌 것일까.”

 

도쿄신문은 이같은 질문을 던지며 지난해 2월 쿠데타 발생 이후 인도적 위기를 겪고 있는 미얀마인들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그것과 비교하며 “대답은 ‘예스’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20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정부의 방침에 따라 2∼15일 입국한 우크라이나 피란민은 57명이다. 비슷한 움직임은 지방자치단체로 이어져 가나가와, 이바라키 등이 공공 운영 주택을 피란민들에게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미토시에서는 시장이 나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게양하고, 지원을 위한 모금도 시작했다. 

 

신문은 ”그러나 해외에서 분쟁이나 탄압이 있을 때마다 정부, 지자체가 이번과 같은 대응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미얀마를 사례로 들었다. 미얀마 현지 인권단체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1700명 가까이가 살해당했고 50만 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군대에 의한 반인륜적 전쟁범죄가 상당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난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의 르비우역에서 피난민들이 슬로바키아로 향하는 열차에 타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AP뉴시스

일본 정부가 재일 미얀마인들에 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쿠데타 발생 이후 4개월 가량이 지난 지난해 5월 말이었다. 이들에게 ‘특정활동 재류자격’을 부여하는 긴급피난조치를 도입해 올해 2월까지 4300명을 구제했다. 표면상의 숫자는 꽤 크지만 1년 간 취업이 가능하도록 한 우크라이나인들과 비교하면 제약이 많다. 미얀마인들은 재류기간이 기본적으로 6개월이며 취업가능시간을 주28시간으로 제한을 두기도 한다. 이같은 차이가 양국을 비교해 지원대책을 마련한 결과는 아니다. 다만 신문은 “미얀마인 중에는 취업제한없이 장기체류가 가능한 ‘난민’을 인정받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정부가 이유로 들었다”며 “미얀마인들에 대한 의심의 눈길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얀마의 쿠데타 이후에 일본의)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은 확산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확고한 인도적 신념에 따른 것이라기 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에 부응한 일종의 ‘붐’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신문은 이런 차이에는 결국 정치·경제적인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냉전시대 가상의 적이었고, 지금은 북방영토를 두고 갈등하고 러시아에 대해서는 미국, 유럽과 보조를 맞추며 대치하고 있다. 반면 미얀마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117억 달러의 정부개발원조를 제공해왔고, ‘아시아의 마지막 미개척지’로서 진출을 시도해 왔다. 쿠데타로 관계가 악화된 뒤에도 미얀마에서의 이익을 중국에 넘길 수 없다는 계산에 따라 군정을 배려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것이 우크라이나인과 미얀마인에 대한 다른 처우로 이어진 것이다. 

 

미얀마인 보호활동을 펼치는 한 변호사는 “1990년까지 정부의 출입국 사무 관련 교재에는 우방국 출신의 난민 인정은 조심스럽다는 기술이 있었다”며 “차별적인 인식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