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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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칼럼] 협치를 위한 디지털 플랫폼 정부

플랫폼 정부, 네트워크·데이터 기반
민원 서비스 넘어 ‘민의 수렴’ 역할
데이터 공유와 부처간 협업은 필수
새 정부, 화합의 ‘스마트 정부’ 기대

플랫폼(platform)이라는 단어가 어느새 우리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친숙한 용어가 되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콘텐츠 플랫폼, 거래 플랫폼 등 플랫폼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이용가치를 높이고 있다.

플랫폼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을 받고 있다. 온라인에서 생산·소비·유통이 이루어지는 장으로서 생산자와 소비자 간 연결과 상호작용을 통해 무한한 가치를 창조하는 시스템으로 통용된다.

김영미 상명대 교수·행정학

기업은 인터넷 검색엔진을 시작으로 콘텐츠와 스트리밍 서비스, 핀테크 등 산업 분야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소비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유인책으로 제공한다. 정부도 일찍이 전자정부 기반을 토대로 플랫폼 정부로의 전환을 시도하였다.

플랫폼 정부는 네트워크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민간과의 상호작용 효과를 극대화하고, 정부 서비스와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이 플랫폼에서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한다. 정부가 구축한 플랫폼에 사용자가 접근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고 이들의 부가가치가 증대되는 양상이다. 플랫폼 정부의 사용자는 국민, 기업, 정부 모두 포함된다. 여러 형태의 디지털 서비스와 데이터의 제공·분석을 위한 플랫폼 구축은 프로세스를 경감하는 동시에 국민 참여를 증대할 수 있다.

전자정부는 시스템 구축을 통해 행정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였고, 디지털 정부로의 전환은 스마트정부, 지능정부 구현을 통한 맞춤형 서비스의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 지원은 다양한 형태의 정부 서비스 혁신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지원하는 서비스는 기업과는 다른 차원의 의미와 가치를 내포한다. 민원 서비스 처리의 범위를 넘어 숨겨진 민의의 수렴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생활을 했던 강진에 가 보면 동네 한가운데 자리 잡은 우물가를 볼 수 있다. 아낙들이 모여 빨래를 하고 물을 길으면서 아전들의 행위에 대해 평을 하고 선한 공직자와 탐관오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나누었던 이곳은 플랫폼이었다.

다산은 이 우물가에서 주민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면서 민의의 왜곡을 막기 위한 깊은 고민을 ‘목민심서(牧民心書)’에 담았다고 한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뜻을 잘 헤아리는 정부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민의 수렴과 반영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정부의 행정은 짧은 시간에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행정 시스템은 세계 무대에서도 높은 정부 경쟁력을 보여 주고 있다. 행정은 국민 중심의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정부는 이제 부처 단독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넘어섰다. 기능 중심의 업무를 처리할 때 여러 부처가 협의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다. 부처의 통폐합은 부처 중심보다는 최적화된 기능을 중심으로 모이고 협업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그래서 플랫폼이다. 기능을 통해 효율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며, 기능이 플랫폼에 모여 새로운 정책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플랫폼 정부의 설계가 필요하다.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게 구성된 사회에서 협치의 필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정부 서비스의 소비자이자 고객인 국민의 움직이는 마음은 데이터를 통해 나타난다.

데이터 공개는 정직한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고, 데이터 공유는 신뢰를 쌓아 가는 지름길이다.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을 때 정책 실패로 이어진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새 정부가 출발을 준비 중이다. 대선 정책 공약에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구현을 내걸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화합의 가치를 담을 수 있는 통 큰 협치의 장을 기대한다.


김영미 상명대 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