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자격시험이 ‘국세 행정 경력자’(세무공무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해 일반인 수험생이 상당한 피해를 봤다는 논란이 이는 가운데 공무원 특혜를 철폐하자는 취지의 헌법소원이 각하된 것으로 확인됐다. 헌법재판소는 심판 대상인 세무사법 시행령 제2조 등 관련 조항에 대해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 요건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현행법이 세무사 자격시험 합격자 선정 방식을 응시자 유형에 따라 분리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정한 것만으로는 일반 수험생들의 평등권 등이 침해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수험생들은 고용노동부의 세무사 자격시험 감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시험 주최 측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상대로 공권력 행사의 위법·위헌성에 대한 헌법소원을 재차 제기할 방침이다.
사법부 판단과 별개로 각계에서는 국가시험에서 공무원 출신들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가 오랜 기간 ‘공정성 논란’을 조장해온 만큼 국회 등 입법기관이 나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남석 소장·이은애·김기영 재판관 3인으로 구성된 헌재 지정재판부는 최근 세무사 수험생 256명이 제기한 세무사법 시행령 및 문재인 대통령의 입법 부작위 등에 대한 위헌 확인 심판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문 대통령이 공무원 출신과 일반 수험생의 합격 인원을 구분하는 대통령령을 제정하지 않았고, 이런 구분 규정 없이 합격인원을 정한 세무사법 시행령 제2조, 제4조 및 제8조 등은 위헌이라는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일반 수험생들은 지난해 치러진 제58회 세무사 시험에서 세무공무원 출신은 면제받아 일반 수험생들만 응시하는 일부 과목에서 80%를 넘는 비정상적인 과락률이 나오자 헌법소원을 냈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각하 결정서에서 헌재는 “세무사법 시행령은 입법 내용 등이 불충분한 경우로 부진정 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며 “이 경우 입법 부작위를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합격 인원과 관련해 아예 입법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닌 만큼 법률 자체에 대한 헌법소원만 인정된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한 것이다. 헌재는 이어 “기본권 침해는 심판 대상 조항에 의해 직접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집행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봤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공무원 경력이 있는 응시자의 경우 세무사를 비롯해 변리사, 공인회계사, 관세사 등 10개 시험에서 일부 과목 면제 등 특혜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수험가에서는 ‘5060 공무원을 위한 자격시험’이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세무사 시험에서 합격한 706명 중 세무공무원 출신이 237명(33.6%)에 달했다. 일반 수험생들이 ‘과락’ 직격탄을 맞은 사이 해당 과목을 면제받아 어부지리 효과를 본 셈이다. 한 세무사 수험생은 “고시원에서 몇 년 동안 고생하면서 치른 시험에서 과락으로 어이없게 불합격해 막다른 길에 몰렸다”며 비통한 심경을 토로했다.
국회를 향한 개정 입법 요구 움직임도 있지만 수십만명 규모인 공무원 노동조합을 의식해 정치권도 쉽사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국가시험 공무원 특혜 철폐를 공약화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다만 지난 2월 같은 당 김두관 의원이 세무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시험 면제가 타당한 업무 분야를 구체적으로 지정해 면제 범위를 좁히는 것이 골자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세무사는 “국가시험의 공무원 카르텔을 깨려면 무엇보다 정치권이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