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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러 대사관, ‘네오나치’ 음모론 제기… SNS 여론전

입력 : 2022-03-22 15:00:00
수정 : 2022-03-22 15: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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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러 대사관, 지난 2월 텔레그램 채널 개설
“우크라, 먼저 러시아 침공 계획” 주장
英·中서도 현지 대사관 나서 음모론 제기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가 각국 대사관을 동원해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서도 러시아 대사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팅방을 활용해 네오나치 음모론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공격 계획설을 제기했다.

 

22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 주한 러시아 대사관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난달 26일 텔레그램 채널을 개설했다. 이날 현재 240여명이 참여 중인 해당 채널은 러시아 정부 입장을 알리고,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러시아군의 전황과 관련된 유리한 소식과 관련 사진이나 영상 또한 적극적으로 유포한다.

 

실제로 채팅방 개설 직후 대사관 측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 회원국들이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극단적인 민족주의자와 네오나치들을 전면 지원하고 있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한국어로 번역해 직접 공개했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이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공개한 영상. 해당 영상에서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가 먼저 러시아 침공을 계획했다”고 주장한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 텔레그램

이달 16일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왜 특별 작전이 시작됐나’라는 제목으로 한국어 자막이 달린 1분 분량의 짧은 영상을 올렸다. 우크라이나가 먼저 러시아 침공을 계획하고 있었고, 이러한 이유로 러시아가 선제공격을 가했다는 것이 골자다. 이 영상은 “우크라이나군은 3월8일에 진격하고자 했다”며 “나토의 상징이 있는 노트북 등 우리가 적에게서 확보한 물품들도 이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14년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 혁명 당시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 러시아로 망명한 친러 성향의 니콜라이 아자로프의 발언을 인용해 “러시아는 3차 세계대전과 자국 영토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위해 질서를 회복하기로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은 개전 초기부터 푸틴 대통령과 크렘린 궁이 반복해온 주장이지만, 대부분 ‘가짜 뉴스’에 가깝다. 유대계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끄는 우크라이나 현 정부를 나치로 몰아가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예루살렘 히브리대학 조너선 데켈-첸 교수는 AP통신에 “영토 확대 야망과 국가적 테러 지원, 반유대주의 만연, 편협한 신앙, 독재 등 나치즘 구성 요소 가운데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러시아의 주장은 완전 허구”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대사관의 SNS 여론전은 한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 17일 주중 러시아 대사관은 중국 SNS인 웨이보에서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은 오늘 ‘러시아투데이’(RT)를 방송망에서 삭제하고, 애플과 구글은 RT와 러시아 위성 통신사의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를 금지했다”며 “유튜브는 전 세계에서 러시아 매체의 채널을 봉쇄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사관 측은 “서방의 러시아 매체에 대한 공격은 지금 시작된 게 아니라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영 러시아 대사관도 10일 트위터를 통해 폭격으로 무너진 병원을 빠져나가는 모습의 우크라이나 임신부 사진을 올리면서 “임신부를 연기한 배우”라고 비꼬았다. 해당 병원이 운영을 중단한 상태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위터 측은 “폭력적 사건을 부정했다”며 이 트윗을 즉각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