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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업무보고를 현직 김앤장 변호사에… 공정위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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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공정경제 정책을 담당하는 경제1분과 전문위원에 현직 로펌 변호사가 임명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까지 공정거래 사건을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이던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에 업무보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해충돌’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새정부 출범 후 공정위의 위치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인수위 등에 따르면 공정위 관계자들은 오는 24일 인수위 업무보고를 앞두고 최근 경제1분과 박익수 전문위원에게 공정경제 정책 방향 등에 대해 사전 보고했다.

 

서울대 법대 81학번인 박익수 전문위원은 사시 29회로 판사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판사생활을 끝으로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6년 공정위 심결지원2팀장, 협력심판담당관을 지낸 뒤 다시 김앤장으로 돌아가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논란은 박 위원이 현직 김앤장 변호사라는 데 있다. 법조계에서는 김앤장이 공정위의 대기업 관련 사건 70% 이상을 수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위원이 공정위 관련 사건을 맡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공직의 경우라면 ‘이해충돌’의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비단 사건에 관한 부분이 아니어도 대기업 총수 지정요건 변경 등 민감한 공정경제 정책들이 다뤄지기 때문이다.

 

현직 김앤장 변호사가 공정위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법조계에서는 앞으로 공정위 사건의 김앤장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박 변호사가 공정위원장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거리는 또 있다. 최근 인수위 명단으로 알려진 문서에는 박 위원이 현직 변호사가 아닌 ‘공정위 국장’으로 표기돼 있다. 단순 실수라고 하기에는 석연치않은 부분이다.

 

한 공정거래 전문가는 “김앤장 변호사가 공정위 사무처장 등의 보고를 받은 상황을 알게 되면 우리나라 기업 뿐만 아니라 외국계 기업들의 김앤장 쏠림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새정부 출범 이후 역할이 대폭 축소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기업친화적 정책을 예고하고 있는데다 관례상 공정위 국장이 임명되던 인수위 전문위원에 로펌 변호사가 앉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당초 인수위 파견에 국장 2명, 과장 2명을 후보로 올렸지만, 최종적으로 과장 1명만 인선됐다. 공정위에서 실무위원에 인선된 구성림 과장은 행시 49회로, 다른 부처에서 파견된 실무위원보다 일반적으로 기수가 3∼4기 낮다.

 

경제1,2분과 소속 경제부처 가운데 전문위원에 국장이 파견되지 못한 부처는 공정위와 농림축산식품부 뿐이다. 다만, 농림부의 경우에는 관련 외부 전문위원이 없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주요 경제부처 국장이 인수위에 파견되지 못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라며 “공정위 역할에 대한 메시지라는 분석이 있다”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오는 24일 인수위 업무보고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