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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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가 법무부 업무보고 거부한 까닭은?

"법무부 업무보고는 무의미하다고 판단"
"서로 냉각기를 갖고 숙려의 시간 필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인수위 간사단회의에 참석해 발언 뒤 생각에 잠겨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24일 오전 예정된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거부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전날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을 반대하는 기자간담회를 한 것에 대한 항의 조치로 보인다.

 

뉴시스에 따르면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인 이용호 의원과 인수위원인 유상범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오늘 오전에 예정되어 있던 법무부 업무보고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서로 냉각기를 갖고 숙려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른 시간에 법무부에 업무보고 일정의 유예를 통지했다"고 밝혔다.

 

이용호 간사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어제 기자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인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 예산편성권 부여, 검찰의 직접 수사 확대 등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며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서 40여일 후에 정권교체로 퇴임할 장관이 부처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고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우리 인수위원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행정 각 부처의 구성원들은 국민이 선출한 당선인의 국정철학을 존중하고 최대한 공약의 이행을 위해 노력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간사는 "검찰청법 제8조에 규정된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한다는 공약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려는 대통령 당선인의 철학과 의지가 담긴 것"이라며 "윤 당선인의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은 청와대와 여당이 법무부 장관을 매개로 검찰 수사에 개입하는 통로를 차단함으로써 국민을 위해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도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의 예산편성권 부여 공약 또한 검찰에 대한 국회의 민주적, 직접적 통제 장치를 마련해서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 표명"이라며 "박 장관의 어제 기자 간담회는 국민을 위한 검찰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당선인의 진의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이 간사는 "이에 우리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들은 이 사태의 엄중함을 국민께 설명드리고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유상범 인수위원은 "업무보고 연기는 전적으로 저희 인수위원들의 협의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며 "당선인 의지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유 위원은 "법무부 장관의 공약에 대한 반대는 과거 민주당이 보여줬던 야당 시절의 모습"이라며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예산권 독립을 통한 민주적 통제를 주장했던 모습을 바꿔서 내로남불식으로 법무부 장관이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에 법무부에 대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해 연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정을 조정해 다음주 화요일 이전에는 법무부 업무보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용호 간사는 "법무부 장관이 (윤 당선인의 공약을) 반대한 것은 법무부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며 "곧 물러날 장관이고 법무부는 윤석열 정부와 함께 할 분들이기 때문에 박범계 장관과 법무부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박 장관의 처신은 법무부에 부담주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당초 이날 서울 중구 통의동 사무실에서 진행되는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업무보고에서 법무부는 오전 9시30분부터 10시30분까지, 대검은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보고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수위가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거부함에 따라 대검의 업무보고만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전날 약식 기자간담회를 통해 윤 당선인의 공약에 "직제는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새 정부가 바꿀 수 있으니 어쩌겠나"라면서도 "수사를 많이 한다고 해서 반드시 검찰에 좋은 것이냐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윤 당선인과 입장을 달리했다.

 

또 특수활동비 등 예산 집행의 투명성이 담보된다면 검찰의 편성권에 독립성을 부여할 수 있다면서도 "이는 입법 사안으로 본다"며 선긋기에 나섰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