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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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새 변이 확률 매월 30%… ‘엔데믹’ 대비해야”

코로나 위중증·사망자 급증세

신규확진 감소세 더뎌 추가피해 우려
일평균 353명 숨져… 일주일새 21% ↑

국내외 전문가들 ‘재유행’ 우려
오미크론보다 더 악화 가능성도
먹는 약 ‘라게브리오’ 처방 시작
진단키트 구매 제한 조치는 해제
지난 25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위중증·사망자가 본격적인 증가세에 접어든 양상이다. 확진자 발생은 감소세를 보이지만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보여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이번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지나도 중간 정도의 유행이나 다른 변이의 등장 가능성도 있어 ‘엔데믹(주기적 유행)’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1만8130명이다. 일주일 전인 20일 33만4642명보다 1만6512명 감소한 수치다. 확진자수만 놓고 보면 감소세가 분명해 보인다. 21일부터 일주일간 코로나19 일평균 신규 확진자수는 34만8952명으로 전주(14∼20일) 일평균 40만2401명과 비교해 13.3% 줄었다. 일주일 일평균 확진자는 지난 18일 40만4945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정부도 지난 25일 감소세 전환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유행 감소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 시각이다. 일평균 확진자수를 봐도 정점 9일이 지났지만 34만명대다. 정점 9일 전엔 24만명대였다. 문제는 위중증·사망자다. 높은 수준의 확진자 발생 기간이 길어지면 인명 피해가 커질 수 있어서다. 이날 위중증 환자는 사흘 연속 증가해 1216명으로 역대 두번째 규모를 나타냈다.

 

최근 일주일 총 사망자수는 2471명, 일평균 353명이다. 전주(2033명) 대비 21.5% 증가했다. 추가 증가도 우려된다. 오미크론 유행에도 위험이 큰 60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확진자의 18∼20%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60세 이상의 누적 치명률은 1.2%로 전체 0.13%보다 9배 높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사망자수는 확진자가 약 20만∼25만명대일 때 감염된 이들로 봐야 한다”며 “(정점인) 50만∼60만명대 확진자 발생이 반영된 이후에는 사망자가 지금의 2배 이상 나올 수 있다”고 봤다.

 

위중증·사망 최소화를 위해서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간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만 처방을 해 왔는데 지난 26일부터 머크(MSD)의 ‘라게브리오’ 2만명분을 도입, 현장에서 처방이 시작돼 중증화율 감소에 일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라게브리오의 입원·사망 예방 효과는 30%로 낮지만, 신장·간 관련 약물 복용으로 팍스로비드를 사용할 수 없는 고위험군에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런 가운데 오미크론 유행 위기를 넘긴다 해도 끝은 아닐 것이란 경고가 국내외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새 변이가 나타날 수 있고, 면역 감소에 따른 재감염도 재유행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25일 대학백신학회 온라인학술대회에서 “대유행 감소세 이후에도 다시 중간 규모의 유행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는 확률은 매달 평균 30%”라며 “다음에 등장하는 변이의 전파력과 면역회피 능력에 따라 다음 유행의 시점과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 최고의료책임자인 크리스 위티 박사도 최근 지방자치단체연합 공중보건회의에서 “새로운 변이가 나타날 확률이 높다”며 “2년 내로 오미크론보다 더 나쁜 변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새로운 변이로 인한 유행이 오미크론보다 나쁜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의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SAGE)은 “새로운 변이가 오미크론으로부터 진화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같은 초기 코로나바이러스에서 파생돼 치명률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다음 코로나 변이가 오미크론보다 중증화율이 낮아진다고 해도 면역 감소로 인해 실제 중증화율·치명률이 높아지는 결과가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27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선별 검사소에서 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유행이 온다 해도 대응수단으로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함께 나온다. 더 이상 거리두기에 대해 국민의 인내를 요구하기 어렵고, 사회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정신건강과 교육 등 무형적 측면의 고려가 필요하기에 다른 방역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코로나19를 엔데믹 질환으로 장기적으로 전환하여 관리하겠다지만 이에 따른 미래 전망과 전략은 부재한 상황”이라며 “△면역 감소에 대한 대비 △재감염율 분석과 새로운 변이 감시 △중환자와 고위험군에 대한 유지가능한 보호체계 마련 △경구용 치료제 확보 등으로 다음 유행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부터 자가검사키트 1인1회 5개 구매 제한 조치가 해제됐다. 다만 가격은 개당 6000원으로 고정된다. 판매처를 약국과 편의점으로 한정하는 조치는 다음달 30일까지 유지된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