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청와대가 정보공개청구를 받아들인 법원의 판결에 연이어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남은 40여일 안에 쟁점이 된 자료들이 공개될지 관심이 쏠린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의 공개 판결에 따른 청와대의 항소장 제출 대표적 사례는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유족의 소송과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의전 비용 등 관련 청와대 특수활동비다.
이 중 공무원 이모씨의 유족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상대로 제기한 대통령기록물 지정금지·정보열람 가처분 신청은 지난 1월 ‘각하’ 판결이 내려졌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본안 판단 없이 내리는 결정이다. 이씨 관련 사안이 아직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지 않아 본안 소송이 제기될 수 없으며, ‘예방적 집행정지 신청’도 허용될 수 없다는 이유를 재판부는 들었다.
앞서 법원이 유족 측의 정보공개청구소송 1심에서 ‘북측의 실종자 해상 발견 경위’와 ‘군사 분계선 인근 해상(연평도)에서 일어난 실종사건’ 관련 정보를 열람하도록 판결했지만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항소했고, 유족 측은 “대통령 퇴임 후 관련 정보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면 승소해도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다”면서 가처분 신청 이유를 밝혔었다.
이에 시간이 더 이상 없다는 점을 강조하듯 유족 측 법률 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29일 “유족이 청와대를 상대로 승소한 정보를 공개하고,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직접 올렸다.
김 변호사는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자 존재한다”며 “유족이 원하는 정보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하면 법의 목적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은 청와대가 (공개를) 거부한 정보에 대해 국가기밀이 아니라면서 유족에게 공개하라고 판단했다”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북한군 총격에 숨진 공무원의 유족에 정부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유족이 원하는 정보의 비공개 처분은 국민의 공감을 받기 어렵다며 청와대가 항소를 취하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한 뒤, “고인의 아들은 대통령께서 퇴임 후 거주할 경남 양산에 살고 있다”는 말로 문 대통령이 직접 고인의 아들을 위로해주기를 바란다는 뜻도 드러냈다. 이 청원은 이날 오후 4시를 기준으로 아직 비공개 상태다.
청와대는 특수활동비와 김 여사 의전 비용 관련한 서울행정법원의 공개 판결에 대해서도 이달 2일 항소했다.
당사자들의 항소 이유 확인 등 남은 절차를 고려하면 임기가 끝나기 전에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며, 1심이 공개 판결을 내렸던 특별활동비 지출결의서와 운영지침, 김 여사 의전 비용 예산 편성 금액과 지출 내용 등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되면 사실상 공개는 불가능하다.
상고심까지 고려하면 결국 차기 정권으로 넘어간 후에야 판결 확정 가능성이 큰데, 관련 자료가 그 전에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되면 법원은 ‘자료가 더 이상 대통령비서실에 존재하지 않다’며 소송 자체의 불성립 이유를 들어 원고의 청구를 각하하는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특별활동비 공개 청구에 나선 한국납세자연맹의 온라인 서명에는 이날 오후 4시까지 3000명 가까운 인원이 참여했다. 서명에 참여한 이들은 “청와대를 비롯한 검찰 등 모든 국가 조직의 특수활동비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공개해야 한다”, “사비로 의상을 구입했다고 했으니 증빙서를 제출하면 된다”, “청렴하다면 못 밝힐 이유가 없다” 등의 목소리를 냈다.
관련 법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거나 국민경제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기록물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정해 최장 15년(사생활 관련 기록물은 30년) 동안 비공개 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