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행의 최우선 고려 사항은 역시 꽃이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고, 유채와 철쭉, 수선화가 가득한 길을 유유자적 걷다보면 봄은 어느새 곁에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4월의 ‘추천 가볼 만한 곳’ 테마를 ‘꽃길만 걷자’로 삼고 지친 일상을 떨쳐버릴 봄 꽃길 여행지로 △서울 서초 양재꽃시장과 양재천 벚꽃길 △충남 청양 장곡사 벚꽃길 △경북 영덕 복사꽃마을 △경남 거제 공곶이 △전북 고창읍성 △전남 장흥 선학동유채마을 등 6곳을 꼽았다.
서울 양재꽃시장은 화훼공판장과 F스퀘어로 나뉜다. 1991년 문을 연 화훼공판장은 봄이면 노란 프리지어부터 빨간 튤립, 파란색 카네이션 등 화사한 빛깔로 가득하다. 온실 형태인 분화매장에는 화분에 심은 수선화와 제라늄, 수국, 난 등을 판다. 2019년 복합 문화공간으로 시작한 F스퀘어는 휴관 중이다. 꽃시장에서 10분쯤 걸으면 양재천 산책로다. 4월 초까지 벚꽃 향기에 취해 거닐 수 있다. 양재꽃시장 인근에는 시민의숲,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카페거리 등이 이어진다.
청양의 봄을 대표하는 장곡사 벚꽃길에는 대치면 주정리부터 장곡리에 이르는 6㎞ 도로를 따라 수십년 된 왕벚나무가 늘어서 있다. 벚꽃길 고갯마루에서 칠갑산 산꽃마을로 이어지는 길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 벚꽃길 인근 장곡사는 칠갑산에 깃든 천년 고찰이다. 장곡사 입구 장곡천 수변 생태 체험 공원 ‘청양 알품스’는 4월 말 개장한다. 목재문화·자연사체험관에는 나무를 이용한 여러 체험과 놀이가 있고, 고운식물원에서는 230m의 롤러슬라이드를 타고 꽃과 초록을 즐길 수 있다.
영덕은 복사꽃 구경하기에 좋다. 4월 초·중순이면 지품면 구릉과 오십천 일대가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어 무릉도원을 이룬다. 복숭아밭 규모가 워낙 커 차량을 이용하는 게 좋다. 영덕으로 들어오는 관문인 황장재를 시작으로 지품면사무소가 있는 신안리 일대, 삼화2리 영덕복사꽃마을, 옥계계곡을 따라 이어진 주응리 야산 등이 대표적인 드라이브 명소다. 영덕읍에서 차로 20분쯤 떨어진 영해면 괴시리전통마을은 영양 남씨 집성촌으로 다양한 한옥과 목은이색기념관을 둘러볼 수 있다.
공곶이는 거제도 동남쪽 바다로 돌출한 지역이다. 강명식·지상악 노부부가 황무지를 개간해 반세기 넘게 가꿨다. 처음엔 귤나무를 심었지만 동사하자 수선화와 동백나무 등을 심었다. 봄날 공곶이의 주인은 수선화다. 지천을 물들이는 샛노란 꽃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다. 거제9경에 드는 공곶이는 무료다. 공곶이 앞에 몽돌해변이 있고, 예구마을까지 남파랑길 거제 21코스로 연결된다. 바다와 문어 벽화로 유명한 옥화마을, 거제식물원 등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고창읍성은 둘레 1684m에 높이 4∼6m로, 동·서·북문과 옹성, 치성, 해자 등 방어 시설을 두루 갖췄다. 1453년(조선 단종 원년) 외침을 막기 위해 백성들이 자연석을 쌓아 만든 성곽으로 전해진다. 4월이면 성곽을 물들인 철쭉꽃을 보기 위해 인파가 몰린다. 여성들이 돌을 머리에 얹고 성곽 길을 따라 돌면 무병장수한다는 성밟기가 전해온다. 고창읍성 매표소 바로 앞에 조선 시대 판소리를 집대성한 신재효의 고택과 고창판소리박물관이 있다. 인근 고창전통시장은 3·8일에 오일장이 열린다.
선학동유채마을에서 유채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그마한 원두막에 닿는다. 노란 유채꽃 물결 너머로 득량만 바다가 펼쳐진다. 유채밭은 1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유채밭은 가을이면 메밀밭으로 변한다. 9월 말부터 메밀꽃이 피기 시작해 10월 중순에 절정을 이룬다. 영화 ‘천년학’ 세트장과 진목마을이 가깝다. 장흥다목적댐 물문화관,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정남진전망대는 추가 여정으로 삼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