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세상 완전히 변해"… 핀란드, 나토 가입 공론화 선언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으로 기존 질서 무너져
마린 총리 "내게는 핀란드 안보가 가장 중요"
늦어도 5월까진 ‘중립’ 포기 여부 결론낼 듯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오른쪽)가 최근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과 함께한 모습. 핀란드의 나토 가입 신청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마린 총리 SNS 캡처

“나에게는 핀란드와 핀란드의 안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한 핀란드의 태도는 이번 봄에 결정되어야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줄곧 미국 등 서방과 소련(현 러시아)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 온 핀란드가 결국 나토 가입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국제질서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러시아·중국·북한 블록 간 신(新)냉전은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2일(현지시간) 소속 정당인 사회민주당 지도부를 상대로 핀란드의 외교안보 전략에 관한 연설을 했다. 사민당은 핀란드 의회의 원내 1당이며, 마린 총리는 이를 토대로 2019년 불과 34세 나이에 핀란드 역사상 최연소 행정부 수반이 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날 연설은 2차대전 종전 후 줄곧 중립 노선을 걸어 온 핀란드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마린 총리는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의 정세는 완전히 달라졌으며, 그간 핀란드가 견지해 온 중립 노선이 과연 옳은지 재평가할 때가 되었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고 핀란드 자신의 문제라고 단언한 마린 총리는 “러시아의 잔인한 공격은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전체 유럽의 안보구조를 뒤흔들었다”고 규정했다. “세상은 변했다”고도 했다.

 

그는 사민당 의원들을 향해 “이제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대해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그간 나토와 긴밀히 협의해왔으며 핀란드와 나란히 중립 노선을 걸어 온 스웨덴 정부와도 나토 가입 문제에서 공동보조를 취하는 방안을 계속 협의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유럽의 안보환경 변화는 핀란드로 하여금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2일(현지시간) 핀란드 의회의 원내 1당이자 연립정부 핵심인 사회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되었다’는 취지의 연설을 하고 있다. 핀란드 사민당 홈페이지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초래할 긍정적 및 부정적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이달 안에 의회에 제출하겠다고도 했다. 굳이 ‘부정적 영향’을 거론한 것은 지난달 핀란드가 스웨덴과 더불어 나토 가입을 타진하고 나서자 러시아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점을 감안한 결과다. 나토의 일원이 되는 경우 러시아와의 전쟁을 각오해야 할 수도 있는 만큼 의원들이 결정에 있어 신중을 기해달라는 주문을 한 셈이다.

 

마린 총리는 “나에게는 핀란드와 핀란드의 안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나토에 대한 핀란드의 태도는 이번 봄에 결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핀란드가 4∼5월 중 나토 회원국이 되기로 방침을 정한다면 이는 1945년 2차대전 종전에 따라 출범한 현 국제질서가 사실상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는 미국 진영과 러시아·중국·북한 진영 둘로 나뉘어 신냉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