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유럽연합(EU)에 ‘자주적 정책’을 강조하며 미국과 ‘갈라치기’를 시도했지만, EU는 ‘제재 방해 금지’로 견고한 방어막을 쳤다. 통상 2인자 리커창 총리가 참석하는 회의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며 EU와의 관계 회복에 공을 들였지만 양측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했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1일 리커창 총리와 제23차 중국-EU 정상회의(영상)에서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영상으로 대화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대 유럽 정책에서 안정성과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유럽 측이 자주적인 대 중국 정책을 펴서 중국과 함께 공동으로 중국-유럽 관계의 장기적 안정화를 추진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중국이 EU의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 노력을 지지하고 있으며 평화 협상을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고 있다”면서 “중국과 EU가 우크라이나 위기가 국경을 넘어 확대되는 것을 막고 세계 경제 시스템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 의혹 등으로 지난해 중국-유럽 관계가 삐걱대면서 중국이 오랫동안 공들여온 EU-중국 포괄적 투자협정(CAI)의 유럽의회 비준이 보류되는 등 중국과 유럽 관계는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우크라이나 사태 후 미국과 유럽의 결속이 강해지고, 중러관계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어 중국 외교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중국은 표면상 ‘중립 노선’을 표방하고 있지만 러시아 제재에 반대하는 행보를 보여 사실상 러시아 지지로 국제사회는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의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전으로 흐르자 중국에게도 상당한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했고,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 제재에 중국이 우회로를 제공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결국 미국과의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은 유럽과 최대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길 바라며 유럽에 미국의 압박에 동조하지 않기를 바라는 의중을 영상회의를 통해 전달한 셈이다.
하지만 EU 수뇌부는 중국이 대 러시아 제재의 우회로를 제공하지 말 것을 촉구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이 우리의 (대 러시아) 제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했다”며 “이는 유럽에서 중국에 대한 평판 손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셸 상임의장도 “제재를 회피하거나 러시아에 지원을 제공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이 전쟁을 연장하게 될 것”이라면서 “전쟁을 끝내기 위한 중국의 긍정적 조치는 유럽인과 국제 사회의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