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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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유가족 손 맞잡은 尹… 이념·진영 떠나 국민통합 행보

보수 출신 당선인 첫 추념식 참석

尹, 金총리 뒤이어 분향 후 두 차례 인사
인수위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의 넋 기려”

국민의힘, 2021년 12월 특별법 개정안 협력
尹, 지방선거 앞두고 ‘불모지’ 제주행 가능
호남 ‘서진 전략’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도
민주 “취임덕 당선인 지지율 올리기” 평가

유족회장 “尹, 약속 지켜줘 감사 드린다”
희생자 가족 위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제주 봉개동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제주=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제주 4·3사건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면서 국민통합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기 말 문재인 대통령보다 낮은 지지율을 기록 중인 윤 당선인의 국면 돌파용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호남과 함께 제주를 공략하는 6월 지방선거 대비라는 관측도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행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유족 명예회복, 피해보상에 힘쓸 것”…일각선 지방선거 대비용

윤 당선인은 이날 제주 봉개동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추념식에 보수 정권 출신 대통령 당선인으로 처음 참석했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행사장 맨 앞줄에 나란히 앉았다. 박범계 법무장관과는 세 사람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앉았다. 윤 당선인은 김 총리에 이어 희생자들에게 헌화, 분향했다. 행사가 끝난 뒤 뒤돌아서서 제주도민에게 두 차례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이동했다. 국민의힘 김형동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제주 4·3의 아픔과 진실이 제주도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 국민 모두의 기억 속에 평화와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게 할 것”이라며 추모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제주 4·3사건 유족의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을 위해 지난해 12월 4·3 특별법 개정안 통과에 힘썼다”며 “대선 당시 4·3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고령 유족 요양시설 입소 지원, 4·3희생자유족회 복지센터 건립, 트라우마 치유사업 지원 등을 공약했고, 이를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의 이날 추념식 참석은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했던 4·3 특별법 개정안 처리에 국민의힘이 협력한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있다.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이 희생자들에 대한 배상 규정 등을 명문화해 발의한 개정안이 민주당 법안과 병합 심사를 거쳐 국회 문턱을 넘은 만큼 윤 당선인의 추념식 참석은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3일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윤 당선인의 참석에는 희생자 추모 못지않게 다양한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견해가 많다. 특히 대선 당시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민주당의 텃밭이자 자신들에게 불모지나 다름없는 호남에 공을 들이는 ‘서진 전략’을 펼친 것과도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임박한 6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출범도 하기 전에 ‘취임덕’(취임+레임덕)이 온다는 당선인은 처음 아닌가”라며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나름의 노력 아니겠나”라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당연히 지방선거에 대한 고려도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제주 지역 3개 지역구 국회의원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조직력 측면에서 민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에서 선전해 ‘대여 강공 모드’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민주당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제주 지역은 물론, 각 지역 기초·광역단체장 등 석권을 통해 정권 초 국정동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유족, “약속 지켜줘 감사”… 국가보상·추가 진상조사 등 과제도

오임종 제주 4·3희생자유족회장은 이날 “윤 당선인이 4·3 추념식에 참석해 영령을 추모하겠다는 약속을 지켜 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그러면서 “후보 시절 약속한 4·3 해결 공약을 인수위에서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국민통합의 시대를 여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가운데 한 유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참석자들은 가족을 잃은 비통함과 아픈 역사를 되새기며 눈물을 흘렸다. 남편과 함께 위패봉안실을 찾은 양수자(80)씨는 떨리는 손으로 배와 바나나를 꺼내 접시에 올리고, 술을 따랐다. 양씨는 “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는 지난해 재심 재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며 “하지만 여전히 주변을 보면 호적이 뒤죽박죽돼 재심 신청도 힘든 유족이 많다”고 말했다.


배민영 기자, 제주=임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