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찰칵!”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월드파크 앞. 한 어린이가 잔디광장에 설치된 15m 초대형 분홍색 곰 인형 ‘벨리곰’을 쳐다보자 아이의 부모가 연신 사진을 찍었다. 주변에는 2m 크기의 벨리곰 6마리도 함께 설치돼 있었다. 지난 1일부터 설치된 벨리곰을 찾는 사람들로 이 일대는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인근에 있는 석촌호수와 함께 벚꽃놀이 인증 명소로 자리 잡은 벨리곰을 찍기 위해 수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전시 이틀 만에 50만명이 찾은 것으로 알려진 이곳은 줄을 선 사람들 간의 간격이 1m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로 빽빽했다. 잔디광장에서는 길거리 공연도 이어졌다.
잠실에 사는 직장인 박모(26)씨는 “그동안 벚꽃이 필 때면 통행을 막아 밖에서만 보고 그냥 돌아갔다”며 “사람들이 이 정도로 많을 줄은 예상 못해 다소 걱정이 되지만, 이왕 나온 김에 산책을 즐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폐쇄됐던 주요 벚꽃 명소들이 3년 만에 전면 개방되자 주말 사이 상춘객들이 몰려들었다. 기온 저하로 인해 서울 벚꽃 개화 시기가 당초보다 일주일가량 늦어졌지만, 시민들은 오랜만에 벚꽃길을 거닐면서 포근한 봄날씨를 만끽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영등포구는 3년 만에 여의도 벚꽃길을 개방한다. 지난달 31일 개방할 예정이었으나 늦어진 벚꽃 개화 시기에 맞춰 오는 9∼17일로 미뤘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벚꽃 개화기에 입장을 폐쇄했던 송파구 석촌호수 벚꽃길도 3년 만에 개방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16도를 기록할 정도로 포근한 날씨를 보인 이날 양재천과 석촌호수에는 봄의 정취를 즐기러 나온 사람이 많았다. 벚꽃은 아직 만발하지 않았지만 노란 개나리는 활짝 피었다. 개화가 많이 진행된 일부 벚꽃 나무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오후 1시를 넘어서자 석촌호수 산책로에는 발 디딜 틈조차 찾기 힘들 정도였다.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 마스크를 벗는 사람도 흔했다. 남편과 함께 호수를 찾은 한 40대 여성은 “아직 벚꽃이 완전히 만개하지 않았지만 봄을 즐기기 위해 나왔다”며 “답답했던 마음이 풀리는 것 같다”며 웃었다. 전날 여의도 윤중로에서 만난 대학생 임세원(22)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인천에서 왔다.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벚꽃을 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길거리가 사람들로 붐비면서 자영업자들도 매출 회복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잠실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날씨가 풀리고 벚꽃길이 열리면서 손님들이 본격적으로 몰려오고 있다”며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실내 마스크 착용 등을 제외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모두 해제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일상 회복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은 더 커졌다. 직장인 진모(29)씨는 “이미 코로나19에서 완치된 데다가 정부에서도 거리두기 조치를 다 해제할 것처럼 말해 걱정이 줄었다”며 “실외 마스크 착용도 없앤다고 하니 이제 코로나19가 끝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경각심도 덜한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이날 석촌호수 등을 찾은 많은 방문객은 장시간 마스크를 벗은 채 대화를 나누거나 산책로를 거닐었다.
반면 확진자가 여전히 수십만명씩 나오는 상황이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강모(59)씨는 “확진자가 많고 위중증 환자도 여전한데 전면적으로 거리두기 조치를 없애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며 “개인이 불편함만 감수하면 되는 마스크 착용만큼은 서로의 건강을 위해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실외라도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는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여러 명이 한 곳에 모여 있고 마스크를 느슨하게 착용한다면 야외에서도 감염될 위험이 있다”며 “최근 무증상과 함께 경증도 많은 만큼 거리를 유지한 채 벚꽃길 등을 구경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스크를 벗는 상황도 최대한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