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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북한의 가상화폐 해킹

2017년 4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유빗’이 발칵 뒤집혔다. 코인출금지갑에서 55억원가량의 비트코인이 몰래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유빗은 보안 취약점을 개선했지만 그해 말 다시 170억원가량을 도난당했다. 결국 이 회사는 문을 닫고 말았다. 범인으로 북한의 대표적인 해커 그룹인 ‘라자루스’ 등이 지목됐다. 이들은 악성코드 등을 활용해 비트코인을 북한이 통제하는 주소로 빼돌렸고 자금세탁을 거쳐 현금화했다. 이 그룹은 2009년 7월 청와대와 금융기관 등 35곳을 상대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감행했고 2013년 3월에도 전산망 대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과거 은행 내부전산망이나 현금자동입출금기 등에서 가상화폐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북한의 해킹은 세계적으로도 악명높다. 4년여 전 일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체크’에서 580억엔(약 5932억원)가량이 유출됐고 인도 유니온 은행과 나이지리아 은행도 털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5년 1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17개국 금융회사와 가상화폐거래소를 35차례 해킹해 20억달러(약 2조4290억원)어치를 훔쳤다. 지난해에도 최소 7차례 가상화폐 거래소 및 투자회사에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 4억달러(약 4858억원)를 챙겼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 요원은 1만명 안팎에 이르며 세계최고 수준의 해킹 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은 군부의 대남조직인 정찰총국 내 기술정찰국에 소속돼 암약하고 있다. 북한 정보기술(IT) 인력이 중국에서 비트코인 채굴 공장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3년 “사이버전이 무자비한 타격 능력을 담보하는 만능의 보검”이라며 사이버 전력을 핵·미사일과 함께 3대 전쟁수단으로 꼽았다.

북한은 최근 3개월 사이 11차례의 미사일을 쐈다. 그 비용이 최대 1억8500만달러(약 224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해킹범죄로 벌어들인 돈일 것이다. 가상화폐 시장이 급성장할수록 피해 규모도 커질 것이다. 이래서는 국제사회가 제재를 강화한들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 이제 북한의 해킹 공격에 대비해 사이버보안청을 만들고 미국 등 국제사회와 공조해 촘촘한 방어체제를 구축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