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외교수장이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청각장애인과 대화’로 빗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전혀 소통이 되지 않는 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특히 정치적 이해 관계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비판에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중국이 강대국인 척 해서는 안된다며 날을 세웠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요제프 보렐 외교장관은 전날 유럽의회에서 지난주 중국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고, 유럽과 긍정적인 얘기를 하는데만 원했다”면서 “회담이라 할 수 없었고, 아마도 청각 장애인간 대화 같았다”고 말했다.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지난 1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화상 회담을 가졌다. EU는 회담에서 중국에 “러시아가 전쟁을 수행하거나 서방의 제재를 피하는 것을 지원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이는 유럽에서 중국에 대한 평판 손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유럽측이 자주적인 대 중국 정책을 펴서 중국과 함께 공동으로 중국-유럽 관계의 장기적 안정화를 추진하길 희망한다”며 유럽이 미국의 강경기조를 추종하지 않기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렐 장관은 “중국이 말하는 것처럼 맹목적으로 미국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유럽의 입장”이라며 “중국을 불편하게 만드는 정치적인 갈등에 관해서 눈을 감거나 귀를 가리면서 중국은 강대국인척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 영상 공개에도 여전히 러시아 감싸기에 나섰다.
주유엔 장쥔 중국대사는 5일 미국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부차 등 각지에서 희생된 민간인들의 모습이 담긴 90초 분량의 영상을 본 뒤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사실에 근거한 비판만 가능하다”며 러시아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사는 “부차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의 영상과 기사는 아주 끔찍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사건의 전후 상황과 정확한 사건의 원인에 대한 검증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 같은 발언은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희생 영상은 조작된 것이라는 러시아의 입장을 반영한 셈이다.
앞서 안보리에서 화상 연설을 한 뒤 이 영상을 소개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은 민간인의 팔다리를 자르고 목을 베었다”라며 러시아군의 행위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비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