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식사 차리려고 몇 가지만 골라도 금방 10만 원이 넘으니 마트에서 장 볼 엄두가 안 나요"
6일 오전 대구 수성구 한 대형마트 식품관에서 장바구니에 채소를 담던 30대 주부 이하연 씨는 고개를 내저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딸과 남편을 포함해 3인 가구라고 밝힌 이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서 직접 해 먹는 것보다 사 먹는 게 더 싸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마트의 이달 1주 차 무항생제 볶음 탕용 닭 1㎏ 값은 7천980원으로 전월(6천580원) 대비 21% 인상됐다.
무 1통은 1천450원으로 전달(1천180원)보다 23% 올랐다.
구이용 생연어 가격은 100g당 3천880원으로 지난달보다 50% 뛰었다.
이날 농수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4월 5일 기준 대구 지역 소매가격은 배추 1포기 4천910원(전년 동기 4천 원), 오이 10개당 1만4천693원(9천261원), 바나나 100g당 365원(345원) 등 대체로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달 전국 기준 물가 상승률 중 농·축·수산물은 0.4% 올랐고, 수입 소고기(27.7%), 돼지 고기(9.4%), 빵(9.0%) 등 가공식품은 6.4% 올랐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로 치솟으면서 서민 장바구니가 쪼그라들고 있다.
대형마트 측 자체적으로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거나, 소비 촉진 행사를 통해 할인율을 늘리는 등 갖가지 방책을 내놓고 있으나 서민 부담을 덜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자영업자 사정도 마찬가지다.
수성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한 달 새 원두뿐만 아니라 부자재들도 1천 원 이상씩 올랐다"며 "커피 1잔에 1천500원 하는 현재의 가격은 사실 말이 안 되는 것으로 모든 업체가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구 고성동에서 23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윤정희(65)씨는 채소를 구매하는 일이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윤씨는 "아침마다 채소를 트럭에 싣고 오는 아저씨랑 거래하는데 800g에 7천 원 하던 마늘이 1만 원으로 올랐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각종 나물부터 양념 재료까지 식자재 중 안 오른 게 없다"며 "하루 벌어서 내일 음식 재료 구매 비용으로 다 쓰고 나면 남는 게 없을 정도다"고 말했다.
북구 침산동 한식집 사장 이모 씨는 지난달 메뉴 가격을 1천 원씩 올렸다.
이씨는 "일주일에 2~3번 장을 볼 때마다 겁이 날 정도로 물가가 올랐다는 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중구 동성로에서 32년째 빵 가게를 운영 중인 이효희(55) 대표는 "올해 원자재 상승 폭이 심하다 싶을 정도"라며 "국제적으로 물가가 오르니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는데, 3차례에 걸쳐서 20~30%씩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빵을 만들 때 밀가루보다는 생크림, 우유, 버터, 치즈같이 유가공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가격 상승 폭도 유가공품이 더 크다"며 "재료를 최대한 아껴 쓰고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셀프 반찬대를 운영하는 40대 고깃집 사장은 "채소 가격이 많이 올라서 채소 종류를 줄여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그러자니 채소를 먹으러 오는 40~50대 손님들도 많아서 쉽게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일각에서는 외식을 줄이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수성구 주민 허모(50)씨는 "삼겹살만 사 먹으려고 해도 1인분에 1만 원이 훌쩍 넘으니, 4인 가족이 외식하면 10만 원대라서 외식 자체를 줄이게 된다"며 "술자리를 해도 예전에는 4∼5만 원에 해결이 됐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정예원(24)씨는 "학교 앞에서 한 끼를 해결하려면 7천∼8천 원만 있으면 갈 곳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1만 원 전후는 고려해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며 "어느 순간 물가가 확 올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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