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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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 산행서 법흥사터 초석에 앉은 文 대통령 부부… 불교계 “참담”

입력 : 2022-04-07 09:47:00
수정 : 2022-04-07 17: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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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문화재청장이 가만히 있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행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5일 오후 북악산 남측 탐방로의 절 터(법흥사터 추정)를 찾아 김현모 문화재청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 뒤편 서울 북악산 남측 탐방로 개방을 앞두고 산행하면서 법흥사터 연화문 초석을 깔고 앉은 채 문화재청장의 설명을 들어 불교계가 반발하고 있다.

 

불교계 언론인 법보신문은 6일 <대웅전 초석 깔고 앉은 문 대통령 부부···“청와대 문화유산 인식 수준 참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해당 모습이 담긴 사진을 언급하며 “청와대가 직접 배포한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의 불교 문화유산 인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부부는 지난 5일 산행에서 법흥사로 추정되는 절터에 도착해 연화문 초석에 앉아 동행한 김현모 문화재청장과 법흥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과거 오랜 터가 남아있는 것을 해방 후 다시 세워보려고 준비하다가, 김신조 사건으로 개방됐던 곳이 다 폐쇄됐고, 그 부자재가 남은 거죠”라고 말했다. 이에 김 청장은 “구전으로는 이게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저희가 전문발굴 조사를 하면 그런 증거들이 나올 것으로 저희는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 부부가 법흥사터 연화문 초석을 깔고 앉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교계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불교중앙박물관장 탄탄 스님은 법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진을 보고 참담했다”며 “성보를 대하는 마음이 어떤지 이 사진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성공 스님은 초석을 깔고 앉은 문 대통령 부부 부부를 보고도 제지하지 않은 김 청장의 태도를 지적했다. 스님은 “만약 문 대통령 부부가 몰랐다고 하더라도 문화재청장이 그것을 보면서 가만히 있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편 청와대는 1968년 무장공비 침투사건(김신조 사건) 이후 일반인 접근을 제한했던 청와대 뒤편은 지난 6일부터 개방했다. 청와대 동쪽 북악산 기슭에 있는 법흥사는 신라 진평왕 시기 창건된 사찰로, 1965년 청오 스님이 한 차례 증축했으나 3년 뒤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일어나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다. 현재 초석과 와편만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