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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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선 “돈·자리 요구하는 정치 브로커에 시달려”… 전주시장 예비후보 사퇴

7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중선 전주시장 예비후보가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 브로커로부터 인사권을 요구받았다'고 폭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전북 전주시장에 출마한 이중선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전 청와대 행정관)가 7일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불법 선거 자금과 시청 간부직 자리 등을 요구하는 선거 브로커들에게 시달린 끝에 사퇴를 결심했다”며 “다른 후보자들에게도 선거 브로커들과 거리를 둘 것”을 당부했다.

 

이 예비후보는 이날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장 예비후보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퇴의 주된 이유로 “선거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는 선거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예비후보는 회견에서 “정치 브로커들의 기업을 상대로 선거 자금을 만들 수 있는 권한과 향후 당선시 시청 간부들의 보직 인사권 등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또 “이를 거부하자 온갖 험담과 음해성 소문을 퍼트리는 등 집요하게 공격해 이를 해명하느라 어떤 일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말로만 들어왔던 브로커들이 선거를 좌우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자신에게 접근한 선거 브로커들의 행태와 요구 조건 등에 대한 녹취록을 근거로 자세히 밝혔다.

 

이 예비후보는 “입지자로서 지역 활동을 시작한 지난해 5월부터 선거 브로커들에게 시달리기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그들이 하는 말이 장난인줄 알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집요하게 압박해왔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브로커들이) 선거에서 이기려면 후보가 돈을 만들어와야 한다. (대신 만들어 올테니)기업으로부터 그 돈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예비후보가 향후 시장에 당선되면 기업에 반대급부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나 물품 구매 등 특혜를 제공하는 것을 몰래 약속하고 선거에 필요한 돈을 달라고 자신들이 나서겠다는 취지의 제안으로 풀이된다.

 

이 예비후보는 “브로커들이 한달에 50만원씩 활동비로 지급하는 조직원 200명을 만들어야 선거를 이길 수 있다”면서 “자신들이 만들어내겠다고 현혹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이 선거자금을 만들어 돕는 댓가로 (향후 시장 당선시) 국과장 인사권 일부하고 돈을 받아온 기업에 대한 이익을 보장하는 권한 등 막대한 이권을 요구했다”며 “이와 관련해 제보받은 녹취록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녹취록을 최근 한 지역 언론에 공개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돈과 조직을 수단삼아 정치인들에게 접근하고 정치인들은 자리 욕심에 일정 부분 그들을 이용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 예비후보는 “브로커들의 제안에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지만, 이같은 요구가 약 4개월에 걸쳐 집요하게 이뤄졌다”며 “이를 단호히 거부하자 온갖 험담과 음해성 소문을 내는 등 집요한 공격으로 몇 달 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예비후보는 또 “(브로커들은)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를 바꾸는 방법으로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방편도 일러줬다”고 폭로했다. 통신사 콜센터에 전화해 주소지를 특정 지역으로 옮기겠다고 하면 해당 지역 거주자가 돼 여론조사 업체가 그 지역에 살지 않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게 돼 여론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전주의 정치문화를 조금이라도 전진시켜보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나섰는데, 브로커들의 부당한 요구에 무릅을 꿇을 수 없어 예비후보를 사퇴한다”라고 말했다.

 

해당 브로커에 대해서는 “휴대전화조차 자신의 명의가 아니고 공식적인 직업을 가진 지 2년 이 채 되지 않은 사람”이라며 “그런데도 (집값이 높은) 서부신시가지 주상복합 아파트에 살면서 고급 외제차를 소유하고 일대에 원룸과 넓은 땅을 가지고 있으며 주식과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관한 자금의 출처를 파헤쳐달라고 수사당국에 요청했다. 또 “이들은 현재도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확대하기 위해 각 단위 선거캠프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다른 전주시장 후보들은 이들을 선거캠프에서 내쫓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또 민주당 경선 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민주당이 권리당원과 여론조사 선거인단을 각각 50%로 정한 현재의 경선 방식은 조직을 만들라는 말이고 조직을 만들려면 돈을 쓰라는 이야기”라는 주장이다. 그는 민주당 지도부에게는 “시스템 공천이라는 미명 하에 벌어지고 있는 조직을 활용한 일명 ‘콜떼기 정치’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