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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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檢 집단반발 자극한 민주당, 무엇을 위한 ‘검수완박’인가

친여 무소속 양향자 법사위 사보임
새 정부 출범 전 ‘검찰 무력화’ 꼼수
검찰개혁 또 정치화 땐 역풍 맞을 것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검찰이 집단 반발했다. 대검찰청은 어제 입장문을 통해 “극심한 혼란을 가져오고 중대범죄 대응 역량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권상대 대검 정책기획과장은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70년 검찰 역사와 제도를 형해화하고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검사는 김오수 검찰총장을 향해 “내 목을 쳐라까진 아니어도 입장 표명은 해야 하지 않느냐”고 촉구했다. 대검은 김 총장 주재로 전국 고검장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고, 일선 지방검찰청은 전체 검사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검찰과 민주당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다음달 윤석열정부 출범과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갈등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검찰을 자극한 건 그제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의 사보임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12명, 국민의힘 6명이던 법사위 구성이 민주당 11명, 국민의힘 6명, 무소속 1명으로 바뀌면 여야 3명씩 동수로 구성하게 되는 안건조정위도 민주당 3명, 국민의힘 3명에서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변하게 된다. 안건조정위 구도가 바뀌면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완전히 없애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이 민주당 뜻대로 본회의에 올라갈 가능성이 커진다. 민주당 172명을 포함해 범여권 의원이 180여명이어서 본회의 처리가 어렵지 않다. 부패·경제·공직자·선거 등 6개 범죄로 축소된 수사권마저 뺏기면 검찰은 사실상 무력화하게 된다. 검찰이 공개적으로 민주당에 반기를 든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 의지는 요지부동이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어제 “수사, 기소 분리가 더 되어야 한다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당내에) 거의 이견이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12일 정책 의원총회에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서두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해당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 경우 국회 재의결 정족수인 3분의 2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검찰 무력화’를 통해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문재인정권 의혹과 관련된 수사를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권은 무소불위 검찰 권력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임기 내내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지만 속셈은 정권 뜻에 따르는 검찰을 만드는 데 있었다.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덮는 데 급급한 검찰과 무능한 데다 수사 공정성까지 의심받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현 정권이 밀어붙인 엉터리 검찰개혁의 결과물이다.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는 진정한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거대 의석을 무기로 검찰에 족쇄를 채우려는 무리수를 접어야 한다. 검찰개혁을 또다시 정치적으로 악용하면 지방선거에서 민심의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