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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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올게 아빠가 미안해”… 세월호 침몰 지점서 눈물의 선상 추모

세월호 8주기… 유가족 28명 참사 현장 찾아
10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사고 해역을 찾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8년 전 세월호를 집어삼킨 전남 진도 ‘눈물의 맹골수도’ 야속한 바다 위에서 유가족들은 다시 한번 더 눈시울을 붉혔다.

 

10일 세월로 유가족 28명과 유관 단체 추모객 등 55명은 참사 8주기를 앞두고 참사 해역을 찾아 선상 추모식을 열었다. 해경이 준비한 3000t급 경비정에 탑승한 유가족과 추모객들은 차분한 모습으로 참사 해역에 도착했다.

 

뱃길로만 3시간을 달려 세월호 침몰 지점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또다시 마르지 않은 눈물을 흘렸다. 과거와 달리 오열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침묵 속에서 눈물을 훔치는 무거운 공기 속에 유가족들의 깊은 슬픔이 담겼다.

 

선상 추모식을 진행한 유가족들은 국화 한 송이를 들고 세월호 침몰 지점을 표시한 부표가 떠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한 유가족은 국화 대신 화사한 노란색 꽃 한 아름을 손수 준비해 오기도 했다.

 

이들은 기도하듯 두 손으로 꽃을 꼭 쥔 채 전하고픈 말을 담아 바다에 던졌다. 넘실대는 물결을 타고 하늘까지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흘러가는 꽃송이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10일 오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참사 해역에서 유가족이 노란 꽃을 바다에 던지는 것으로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가족은 꼭두새벽부터 도로 340㎞, 바닷길 100㎞를 8시간 넘게 달려왔다. 해경도 묵직한 뱃고동 소리를 내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유가족 양 모씨(55)는 “대학을 가고 여자친구도 만들고 하는 또래 친구들을 보면 너무 예뻐 보인다”며 “이런 걸 하나도 하지 못한 아이에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김종기 운영위원장은 추도사에서 “악몽의 그 날이, 발생하지 않았어야 할 비극적인 참사의 그 날이 해를 바꿔가며 어김없이 또 다가온다”며 “벌써 8년이 됐지만, 참사 해역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고통스럽고 힘들다”고 말했다.

 

선상추모식을 마치고 경비함정이 뱃머리를 돌리는 순간에도 가족들의 애달픈 시선은 노란 부표에 머물렀다. 부표를 바라보던 한 가족은 “또 올게 아빠가 미안해”라며 작별인사를 건넸다.


진도=한승하 기자 hsh6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