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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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장점마을, 암 집단발병 오명 벗고 생태 서식지로 탈바꿈

비료공장에서 배출한 발암물질로 주민들이 집단으로 암에 걸려 숨지거나 치료 중인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에 대해 지자체가 생태 복원사업을 추진해 치유·회복 공간으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애초 비료공장에 발암물질 발생의 원인이 된 연초박을 제공한 KT&G 측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는 등 반발이 여전해 피해로 인한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고 있다.

 

10일 익산시에 따르면 국비 65억원을 확보해 그동안 발암물질 배출로 주민들과 환경을 병들게 한 장점마을 인근 폐비료공장(옛 금강농산) 부지 일원에 생태축 복원사업을 추진한다.

 

생태축 복원사업은 인위적으로 훼손·단절된 생태계를 복원해 생물 서식지를 확대하고 문화 서비스 공간을 주민에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미세먼지 저감 등 환경 현안 문제를 해결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익산시는 올해 타당성 조사를 바탕으로 기본계획 수립과 실시설계 용역을 추진해 2024년까지 공장 부지 일대를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치유·회복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년 완공할 ‘치유의 숲’과 함라산 등산로를 연계한 생태 탐방로와 야생동물 이동 통로, 생태학습장 등과 함께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생활권 생태공간을 조성할 방침이다.

 

앞서 익산시는 그동안 전북도와 함께 160억원의 예산을 마련해 환경오염사고 후속 대책으로 장점마을 정주 여건 개선과 보건의료 체계 강화를 위한 14개 종합대책 사업을 발굴했다. 마을 주민복지센터와 보건진료소 건립, 가구별 액화천연가스(LPG) 설치, 태양광 보급 등이 그것이다. 또 유사한 환경오염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체계적인 후속 대책을 추진하고 ‘장점마을 백서’도 제작했다.

익산시 관계자는 “장점마을 주민들의 고통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생태를 회복시켜 자연과 공존하는 치유·회복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장점마을에서는 2001년 비료공장이 들어선 이후 암에 걸린 주민이 한 두 명씩 발생하기 시작해 2017년까지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려 14명이 숨졌다. 이후 최근까지 사망자와 투병자가 더욱 늘어 17명이 사망하고 23명이 투병 중이다.

 

이에 환경부는 실태조사를 벌여 비료공장에서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유기질 비료로 제조하기 위해 불법 건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발암 물질이 발병 원인이었다고 2019년 11월 발표했다.

 

장점마을 주민대책위는 익산시와 전북도에 책임을 물어 총 157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지자체는 법원 화해 권고 결정을 받아들여 주민들에 대해 위로금 지급 절차에 돌입했다. 비료회사 대표는 비료관리법 위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주민들은 KT&G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시민단체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장점마을 환경참사 피해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배·보상안 의결을 촉구하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KT&G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장점마을 비료공장(금강농산)에 발암 물질(TSNAs)을 유발하는 연초박 2420t을 제공해 유기질 비료 원료로 불법 사용토록 한 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익산=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