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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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라스베이거스… BTS ‘잭팟’ 터졌다

9일 ‘퍼미션 투 댄스’ 콘서트 성료

보라색 깔맞춘 아미 5만명 한곳에
‘온’ ‘페이크 러브’ 등 히트곡 선봬

시내 곳곳 ‘보라해가스’ 환영 문구
‘버터’ 분수쇼·팝업스토어 행사도

“놀이동산 같은 설렘… 축제 즐겨”
진 “그래미상 도전 앞으로도 계속”
방탄소년단(BTS)이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 만들어진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라스베이거스’ 콘서트 무대에서 열창중이다. 세계 팬과 소통을 무기로, 그들과 만든 네트워크를 방패로 ‘제2의 비틀스’라 불리게 된 방탄소년단의 이날 공연은 사막에 세워진 꿈의 도시 일대를 보라빛으로 물들이며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새 장을 연 공연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빅히트 뮤직 제공

1999년, 소설가 김영하는 전례 없는 신드롬을 일으킨 H.O.T 콘서트를 보고 ‘환상인 줄 알면서도 속아주는 꿈’이라는 글을 언론에 기고해 파장을 불렀다. 20여년이 흐른 이제 스타와 팬의 만남은 ‘속아주는 꿈’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꿈’이 됐다. 세계 팬과 소통을 무기로, 그들과 만든 네트워크를 방패로 ‘제2의 비틀스’라 불리게 된 방탄소년단(BTS)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새 장을, 사막에 세워진 꿈의 도시에서 열었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역대급 공연을 성공리에 펼쳤다. 콘서트 제목이기도 한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등 세계를 달군 히트곡을 부르며 ‘춤은 마음 가는 대로, 허락 없이 마음껏 추어도 된다’는 메시지를 발산했다. 빨강색 포인트를 준 의상으로 등장한 BTS는 ‘온’(On), ‘불타오르네’(Fire) 등 박력넘치는 군무로 공연을 시작했다. 강렬한 무대는 ‘블랙스완’(Black Swan)에서 섬세한 몸짓으로 바뀌었고, ‘피 땀 눈물’, ‘페이크 러브’(Fake Love)에 이르자 팬들 함성은 절정에 달했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에서 따뜻한 분위기로 전환한 뒤, ‘버터’ 등으로 BTS만의 긍정적이고 활기찬 분위기를 퍼뜨렸다. 멤버들은 무대 틈틈이 글로벌 팬들을 향해 영어로 소통했고, 리더 알엠(RM)은 “사막 위에 세워진 도시라는 점이 라스베가스의 미라클(기적) 아니냐”며 축제를 즐기자고 흥을 돋구었다. 왼손 부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진은 기브스를 한 채 의자에 중간 중간 앉았다 일어서면서도 끝까지 무대를 지켰다.

 

◆공연 전부터 뜨거운 열기 보여준 ‘보라해가스’

 

공연 전부터 열기는 대단했다. 공연 시작 약 4시간 전 공연장 주변에서 만난 팬들은 한목소리로 BTS를 좋아하는 이유와 콘서트를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9시간 걸려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다는 29세 여성은 “코로나19로 사회가 셧다운 되기 직전에 BTS를 알게 됐는데, 팬데믹(대유행) 기간 주변 모든 친구들이 BTS를 말했다. 우리는 서로 매일 BTS 뉴스를 공유했다. BTS는 환상적인 퍼포먼서이자 밝고 긍정적이어서 너무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방탄소년단 공연을 알리는 보랏빛 전광판으로 화려한 라스베이거스 야경. 빅히트 뮤직 제공

세계 공연 문화의 심장, 엔터테인먼트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전체가 BTS의 도시로 탈바꿈한 것도 전례없는 모습이었다. BTS 소속사 하이브가 라스베이거스 내 터줏대감이자 최대 호텔 체인인 MGM그룹과 손잡고 ‘시티 프로젝트’를 처음 시도했기 때문이다. 이 도시 상징인 벨라지오 분수쇼에선 BTS 노래에 맞춰 물줄기가 분출됐고, 팝업스토어도 열려 일종의 테마파크처럼 각종 볼거리와 놀거리를 제공했다. 관광청과 MGM그룹이 이벤트로 시내 중심 여러 건물에 BTS와 팬들을 환영하는 의미로 보랏빛 조명을 켜고 ‘BORAHAEGAS(보라해가스)’라는 문구를 띄우기도 했다. BTS와 팬들이 인사의 의미로 ‘보라(purple)해’라고 하는 것을 인용, ‘보라해’와 ‘라스베이거스’를 합성해 ‘보라해가스’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이다.

 

◆BTS는 이제 시작

 

공연 직전 한국 기자단을 만난 BTS는 2년 연속 ‘그래미상’에 도전하고도 수상 문턱을 넘지 못해 아쉽지만, 더욱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민은 “한국 사람으로서 우리 음악이 어디까지 닿는지 궁금했고, 상을 받으면 팬들에게 보답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뷔는 “깔끔했고 우리도 인정했다”면서도 “눈물은 나더라”고 했다. 맏형인 진은 “언제든 도전할 수 있기에 앞으로도 최대한 노력해보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라스베이거스 공연 소감에 대해 RM은 “라스베이거스는 설레고, 놀고, 확 잊어버리고, 던져버리고 하는, ‘놀이동산’ 같은 설렘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세계적으로 슈퍼스타 대우를 받고 있는 BTS지만, BTS의 해외 활동은 이제 시작이다. 실제 이날 현장에서도 처음 콘서트에 왔다는 미국 팬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지난 2년 넘게 오프라인 공연이 막혔던 영향도 있다. 하이브의 이진형 커뮤니케이션 총괄 CCO는 “미국 기반 시장에서 BTS는 이제 막 첫발을 디딘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