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 1년을 맞아 여성·인권단체가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 보장과 대안입법 마련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집회에서 임신중지 관련 의료서비스 건강보험 적용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유산유도제 사용 승인을 요구했다.
낙태죄는 지난 2019년 4월 낙태 처벌 조항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헌법재판소가 2020년 12월31일까지 국회의 법 개정을 주문했으나 대안입법에 실패했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 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이 모인 ‘낙태죄 폐지 1주년 4·10 공동행동’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150여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한 이들은 낙태죄 폐지와 페미니즘을 각각 상징하는 검정, 보라색 옷을 입거나 물건을 소지했다.
이들은 낙태죄의 ‘완전한 비범죄화’를 위한 후속조치로 건강보험 적용, 유산유도제 사용 승인을 비롯해 재생산 및 성에 관한 기본법 제정 등 대안 입법을 요구했다.
두 차례 임신중단 경험을 밝힌 한 여성은 낙태죄가 사실상 폐지된 이후에도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가 여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와 국회는 임신중단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권 향상을 위해 유산유도제를 이른 시일 내 승인하고 전 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며 “임신중단을 보편적 의료권리로 실질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팀장은 “지불 능력 여부에 따라 권리행사의 장벽이 있어선 안되며 비용 장벽으로 인해 임신중단 시기가 늦춰지면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합병증으로 인한 고통 등을 생각할 때 접근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므로 건강보험 적용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예림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도 “현행 법·제도 테두리 안에서는 폭행·협박을 수반한 강간에 의한 임신일 때만 임신중단 의료비가 지원된다”며 “현행 의료체계에 임신중단에 대한 기준이나 원칙이 없어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유도제를 사용하고 싶은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암암리에 구매하지만 그게 가짜인지, 검증이 됐는지 알 수 없고 심지어 가격도 비싸다”며 “미국·캐나다·호주·유럽·중국·베트남 심지어 북한도 사용하는 유산유도제를 왜 한국은 도입하지 않나”라고 물었다.
장애여성공감의 한 활동가는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등에 한해 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제14조의 폐기를 주장하며 “낙태죄는 사라졌는데 장애인에 대한 우생학적 처벌 예외조항이 아직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