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을 통한 타지역 중고 거래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를 악용해 판매자를 사칭하는 ‘제3자 사기’가 횡행하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가입자가 인증한 지역의 최대 반경 6㎞ 내에서만 거래할 수 있는 당근마켓의 특성을 악용, 판매자를 사칭해 중간에서 돈을 가로챈 A씨를 사기 등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A씨에 동일한 수법으로 당한 이들만 수십명으로, 피해 금액은 많게는 개인당 수십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앞서 동일한 전과로 유죄 선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 간 거래’가 원칙인 당근마켓에서는 이용자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판매되는 물품은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타지역의 물품을 거래하고 싶은 이용자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이나 인터넷 카페 등을 활용해 거래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과 접촉하고, 이들 중개자가 대신 판매자와 연락해 거래를 성사시킨다. 중개자는 대가로 소액의 사례금을 받거나 품앗이 방식으로 구매자에게 원거리 대리 거래를 부탁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중개자인 제3자가 물품이나 금액을 가로채는 사기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강씨의 피해 사례도 이에 속한다. A씨는 대리 채팅을 해주겠다며 강씨에게 접근해 휴대전화 번호를 받아낸 뒤 자신이 판매자인 척 해당 번호로 연락을 취해 돈을 가로챘다.
강씨는 “(타지역 도움) 인터넷 카페에 처음 가입했을 때는 단종된 물건을 갖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앞서서 이런 사기 수법이 있는 줄도 몰랐다”며 “카페 활동 대부분이 선의의 마음으로, 품앗이 개념으로 서로 도움을 주며 이뤄지고 있어서 의심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피해자 김모씨도 “판매자인 척 연락이 올 때 제품 특성을 자세히 언급하고 사진을 건네는 등 속을 수밖에 없게 대화를 이끈다”며 “동일 수법으로 동일 인물에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만 (이 카페에서) 20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이어 “A씨 외에 다른 이에게 같은 수법으로 당한 피해자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당근마켓을 이용한 사기 범죄는 지난 2년새 80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거래 피해공유 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당근마켓의 피해 등록 건수는 2018년 68건에서 2019년 700건, 2020년 5389건으로 급증한 바 있다.
온라인 사기 발생 건수는 증가세지만 검거율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해마다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 1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직거래 사기범죄 검거율은 2016년 90.5%에서 지난해 76.1%로 떨어졌다.
온라인에서는 소액 사기가 많은 만큼 돈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 이 같은 사기 사례가 많아 경찰이 조사에 착수하기까지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할 뿐만 아니라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돈을 돌려주지 않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한다. 피해자들도 몇만원의 금액을 돌려받기 위해 비용을 들이며 민사 소송까지 가지 않는 게 다반사다.
대리 채팅 등으로 인한 거래 사기가 빈번해지자 당근마켓도 ‘경고 알림’ 기능 도입 등 이용자 보호 조치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이나 인터넷 카페 등 제3의 채널에서 사기 시도가 늘고 있어 이를 경고하는 안내를 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며 “소비자에게 앱 내에서 ‘당근마켓 페이’ 이용을 권장하는 등 안전한 거래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