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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여가부 폐지’ 맡은 마지막 여가부 장관

젠더 갈등에 존폐 논란 불편하지만
권력형 성범죄 침묵 등 제 역할 못해
새 부처 ‘인구’·‘가족’ 방점에 우려
진영 이익 아닌 20년 뒤 내다봐야

윤석열정부 1기 내각 인선 관심사 중 하나는 여성가족부 장관이었다.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에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은 부처인데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불쑥 장관 후보를 발표하겠다고 해서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여가부 해체의 칼은 여성 손에 쥐어졌다. 김현숙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포함해 내각 후보자 9명 중 유일한 여성이다.

1차 인선 발표 후 ‘통합 노력과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윤 당선인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부터 할당이나 안배를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며 “각 부처를 유능하게 맡아서 이끌 분을 찾아 지명하다 보면 지역·세대·남녀 등이 균형 잡힐 것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가 ‘평균나이 60.5세, 영남 출신, 남성’이다. 적어도 1차 인선까지는.

김수미 사회부장

여기에 속하지 않는 김 후보가 하필 여가부 장관으로 낙첨된 것이 ‘안배’가 아니라면 윤 당선인의 59초 쇼츠 1호 공약을 지킬 적임자로 그만한 인물이 없었다는 의미다. 어쨌든 청문회를 통과한다면 김 후보는 여가부를 폐지한 장본인이자, 대한민국의 마지막 여가부 장관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어차피 없어질 부처 장관이면서 동시에 수명을 다한 여가부를 대신해 시대적 사명을 띤 새 부처를 이끌며 한 번에 장관 타이틀를 두 개나 갖게 될 인물은 어떤 기준으로 인선할지.

김 후보는 19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치권에 입문해 여성가족위원회 간사와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대통령비서실 고용복지수석비서관도 역임했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의사 출신이 지명되면서 보건부를 독립시키고 복지 기능을 여가부 후신과 합치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맞다면, 여가위와 복지위를 모두 거친 김 후보의 프로필은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그런데 그의 비전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이력을 뜯어보니 다소 갈지자다. 김 후보는 19대 국회 여가위 위원으로 활동할 때 지역구 선거 여성 30% 공천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여가부 장관이 정부위원회 성별 참여 현황을 공표하고 개선 권고하도록 하는 여성발전기본법 개정안 등을 대표발의했다. 2013년 새누리당에서 군 가산점제 부활을 논의할 당시에는 여가위 간사로서 반대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까지 보면 여가부 폐지가 아닌 오히려 강화를 주장하는 쪽이다.

그런데 지난해 한 언론 기고문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성 인지 예산을 국방 예산과 유사한 수준으로 증가시켰다’는 요지의 주장을 했다. 성 인지 예산은 새롭게 투입되는 예산이 아니라 기존에 편성된 예산 중 성인지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는 예산을 재분류해 놓은 것이고, 지난해 예산은 35조원으로 국방 예산(52조원)보다 17조원 적었다. 경제학자 출신이며 여가위 간사까지 한 그가 성 인지 개념을 모를 리 없는데 왜 이런 주장을 했을까. 그가 여가부 강화에서 폐지로 돌아선 계기는 뭘까.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이 없어졌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고, 20년 넘게 쌓아온 여가부의 공과(功過)가 아닌 젠더 갈등을 미끼 삼은 공약에서 비롯된 존폐 논란도 여전히 불편하지만, 여가부 폐지는 더이상 돌이킬 수 없다고 본다. 여가부가 권력형 성 범죄에 침묵하며 스스로 존재 의미를 부정하고, 여가부 장관은 여성단체와 낙하산 정치인들이 나눠먹는 회전문 인사의 상징이 된 것이 사실이다. 여가부 폐지에 찬성하는 여성이 생각보다 많은 것도, 여가부에 대한 김 후보의 태도가 180도 바뀐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여가부를 대체할 부처가 ‘여성’을 빼고 ‘미래’ ‘인구’ ‘가족’에 방점을 찍는 것은 우려스럽다. 아무리 요즘 젊은 남성들이 기성세대와 다르다고 한들 임신, 출산, 육아의 핵심 주체는 여성인데, 시작부터 여성이 처한 사회적, 구조적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일단 믿고 낳아보라’고 할 것인지, 어떤 묘수가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저출산은 단지 세대나 젠더 갈등의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와 부동산, 교육, 복지 등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새 부처 장관은 정권이나 진영의 이익이 아닌 20년 후를 내다보며 이 고차원 함수를 풀어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