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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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태규 인수위원 사퇴… 벌써 삐걱대는 尹·安 공동정부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어제 윤석열정부 초대 내각 인선 과정과 관련해 “제가 전문성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조언을 드리고 싶었지만 그런 과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조각 논의에서 자신이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제 안 위원장의 핵심 측근인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인수위원직을 사퇴한 데 이어 윤·안 공동정부 구성에 이상 기류가 더욱 또렷해지는 흐름이다. 안 위원장은 이 의원 사퇴와 관련해서도 “(이 의원이) 여러 가지 힘든 점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해 갈등이 적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이 의원의 갑작스러운 사퇴 선언은 윤 당선인에 대한 항의 표시라는 해석이 많다. 지난 10일 발표된 1차 내각 인선에서 안 위원장의 측근이나 추천 인사가 1명도 발탁이 안 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이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에 비정치인을 지명하기로 한 결정이 이 의원의 결단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당선인 측은 이 의원에게 희망하는 행안부 대신 통일부나 해양수산부 장관을 제안했지만 이 의원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부터 지분 다툼 등 잡음이 불거지며 공동정부 출범이 삐걱대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일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이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제 국민의힘에서는 최고위원회 안건으로 합당안이 상정될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국민의당 측에서 절차상 이유를 제기해 연기됐다. 합당 논의가 종착점에 다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방선거 공천 및 경선 룰 문제를 비롯해 당 재정과 사무처 인력 승계 등 곳곳에 갈등 요인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 의원 인수위원직 사퇴의 ‘불똥’이 합당 문제까지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윤·안 공동정부의 성공적인 운용은 협치의 출발점이자 첫 시험대다. 공동정부 내부에서 불협화음을 내면서 어떻게 야당과의 협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윤 당선인은 0.73%포인트 차이로 당선됐고 거대 야당을 상대로 국정을 펼쳐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공동정부는 내부 조율이 힘들지만, 단독 집권 때보다 통치 기반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벌써 내부에서 파열음을 내서는 새 정부의 조기 안착이 그만큼 힘들어진다. ‘상호 보완’을 약속했던 초심을 잊지 말고 양보와 타협의 미덕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특히 윤 당선인 측에서 공동정부 정신에 입각해 좀 더 안 위원장 측을 배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