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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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파티’ 한 달 새 22조 늘었다…주식·암호화폐 시장은 혼란 [한강로 경제브리핑]

올 2월 시중에 풀린 돈이 한 달 새 22조원 가까이 늘었다. 특히 단기 예·적금 규모가 20조가량 급증하는 등 시중 자금이 안전 자산으로 옮겨가고 있는 양상이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오는 14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명분은 커지고 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국내 주식과 암호화폐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다시 하강 곡선을 그리며 이날 마감가 기준으로 2700선 아래에서 머물렀고, 비트코인은 이날 한때 4900만원대까지 내려가면서 지난달 22일 이후 21일 만에 5000만원선을 내줬다.

 

◆‘유동성 파티’ 2월 시중 통화량 또 역대 최대…단기 예적금 20조↑

 

12일 한은이 발표한 ‘2022년 2월 통화 및 유동성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시중 통화량(계절조정·평균잔액)은 광의통화(M2) 기준 3662조6229억으로, 전월 대비 21조8445억원(0.6%) 증가해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시중 통화량은 2020년 4월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선 후 매월 기록을 세우고 있다.

 

2월 시중 통화량은 1년 전과 비교하면 11.8% 늘어난 것으로, 지난 1월(12.7%)보다는 증가 폭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1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협의통화(M1)에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머니마켓펀드(MMF),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 지표다.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금을 의미하며, 시중 통화량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다.

 

금융상품별로 보면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이 19조9000억원 증가했고, MMF도 5조6000억원 늘었다. 반면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이 4조9000억, 수익증권은 7조6000억원 줄어들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예·적금 금리 상승 영향으로 시중 자금이 주식 등 위험자산을 떠나 은행 상품 등 안전 자산으로 이동했다는 뜻이다.

 

현금,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이 포함된 협의통화(M1) 평균잔액은 지난 2월 1353조3000억원으로 전월보다 9000억원(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하면 11.6% 늘어 지난해 2월 26% 이후 꾸준히 둔화세다. M1은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해 주식 거래·부동산 자금 등 높은 수익률을 따라 움직이기 쉬운 자금이다.

 

경제주체별로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 통화량이 1764조7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5조6000억원 늘어 0.9%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되면서 대출이 감소했지만, 개인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지면서 대체 자산 매도가 이어져 정기 예·적금을 중심으로 통화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혼란의 주식·암호화폐 시장…채권 전문가 “금리 상승할 듯”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예고한 금리 인상 등 긴축이 임박해 오면서 주식시장은 위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6.34포인트 떨어진 2666.76에 장을 마쳤다. ‘대장주’로 꼽히는 삼성전자는 나흘째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면서 6만7000원까지 내려갔다. 코스닥도 8.01포인트 떨어진 913.82에 그쳤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 발표 등을 앞두고 시장의 경계 심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암호화폐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날 한때 4900만원대까지 내려가면서 5000만원선이 붕괴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최근 일주일간 가격이 1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긴축 우려가 코스피 지수와 가상화폐 자산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현재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한편 채권 전문가들은 앞으로 금리가 더 뛸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일부터 6일 사이 채권 전문가 100명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50%가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예상했다고 이날 밝혔다. 가파른 물가 상승세, 미 연준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 가능성 등에 금리 인상 응답자 비율이 높아졌다고 금투협은 설명했다. 다만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한 응답 비율도 마찬가지로 50%로 조사됐다.

 

5월 국내 채권시장 금리 향방을 두고는 응답자의 70%가 시장 금리 상승을 예상했다. 상승 응답자 비율은 전달의 38%보다 32%포인트 높아졌다. 응답자의 23%는 금리 보합을, 7%는 금리 하락을 각각 전망했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지면서 물가 상승 전망에도 무게가 실렸다. 응답자의 63%가 다음 달 물가 상승을 전망했으며 보합 응답자 비율은 35%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주요국의 긴축 가속이 시장 금리를 끌어올린 가운데 채권시장 심리는 전달보다 악화했다.

 

◆은행권 금리 인하 계속…우리은행, 전세대출금리 0.2%p↓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한 가운데 주택자금대출을 중심으로 은행권의 금리 인하가 잇따르는 가운데 우리은행도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우리은행은 14일부터 신규 코픽스(COFIX) 기준으로 비대면 전세자금대출 상품(우리WON전세대출, i-touch전세론, 우리스마트전세론)과 우리전세론의 금리를 0.20%포인트 인하한다고 이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세 실수요자들의 주거 부담을 완화하고 적정 수준의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신규 코픽스 기준 우리전세론(1억원 이상, 내부 3등급) 금리는 3.59∼3.99%다.

사진=뉴시스

KB국민은행은 지난 5일부터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금리) 상품 금리를 0.45%포인트,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를 0.15%포인트 각각 내렸다. 또 KB전세자금대출(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과 KB주택전세자금대출(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도 각각 0.55%포인트, 0.25%포인트 인하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8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0∼0.20%포인트, NH농협은행은 0.30%포인트 낮췄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2조7436억원 줄어든 703조1937억원이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