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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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 기대감에 서울 아파트값 강보합…강남 재건축·중대형 단지 중심 매수심리 ‘껑충’

꿈틀거리는 서울 집값…'바닥 다지기' 끝났나?

뉴시스

 

올해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던 서울 집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면서 강남권 재건축·중대형 단지들을 중심으로 집값이 꿈틀거리고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이 11주 만에 하락세를 멈췄고, 강남 등 주택 수요가 몰린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심리도 살아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권 일부 단지에서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부동산 관련 기관들이 내놓은 주택 매매 관련 지표들도 하락세를 멈추면서 '서울 부동산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11주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첫째 주(4일 기준) 서울 매매가격은 지난주 0.01% 하락에서 이번주 0.00%로 보합 전환했다. 강남3구의 상승세가 뚜렷해졌다. 강남구(0.02%)와 서초구(0.02%)는 각각 중대형과 신축 위주로 신고가가 거래되며 0.01% 상승한 지난주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송파구(0.01%)도 급매물이 소진되며 상승 전환했고, 강동구(0.00%) 등도 재건축 위주로 매수문의가 늘며 보합세를 나타냈다.

 

아파트 거래량도 8개월 만에 증가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전날 기준 938건으로 집계됐다. 월간 거래량이 전월 대비 상승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아직 등록 신고 기한(30일)이 남아 매매 건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아파트 매수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첫째 주(지난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전주보다 1.6p 상승한 90.7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기준인 100 이하면 공급이, 이상이면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매수급지수는 이달 들어 5주 연속 상승세다. 올해 1월24일부터 줄곧 80선에 머물던 지수는 11주 만에 90선으로 올라섰다. 또 서울 5개 권역의 매매수급지수는 일제히 상승했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인 동남권의 수급지수는 전주 대비 5.4p 오른 96.0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13일 조사에서 96.5를 기록한 이후 16주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부동산 시장에선 강남 재건축 단지 집값 상승세가 인근 지역을 거쳐 서울 전역을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만 집값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에 비해 집값을 억누르는 제재가 여전히 유효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부동산 규제 완화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추세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1일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의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지나친 규제 완화는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로 악용될 수 있다"며 "잘못된 가격 신호로 갈 수 있는 규제 완화나 공급은 윤석열 정부의 미래 청사진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원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은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에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면서 자칫 규제 완화 신호가 집값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주택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주택 공급 정책을 내놓은 뒤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면서 서울 집값의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비사업과 대출, 세제 등 부동산 관련 규제를 한꺼번에 다 풀면 시장이 과열되고, 집값 상승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주택 공급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며 "부동산 시장에 확실한 주택 공급 확대 신호를 보내고, 시장 상황에 따라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