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부부와 리시 수낵 재무부 장관이 코로나19 봉쇄 기간에 방역 지침을 어겨 벌금을 물게 됐다. 유력한 총리 후임자였던 수낵 장관까지 벌금형을 받으면서 보수당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와 그의 아내 캐리 존슨, 수낵 장관은 경찰로부터 코로나19 방역 위반으로 벌금 50파운드(약 8만원)를 납부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재임 중 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영국 총리는 존슨 총리가 처음이다.
벌금의 근거가 된 사건은 2020년 6월19일 총리 관저에서 열린 존슨 총리의 생일파티다. 당시 존슨 총리와 영부인, 수낵 장관을 포함해 총리실 직원 3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30분가량 음식을 먹고 축하 노래를 불렀으며 존슨 총리도 10분가량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영국 정가를 휩쓸었던 ‘파티 게이트’는 2월 말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잠잠해졌다. 이날 벌금 통지를 계기로 존슨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 존슨 총리와 수낵 장관 모두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은 반복해서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며 “보수당은 이 나라를 이끌기에 너무나도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존슨 총리의 방패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버트 굿윌 영국 전 내무차관은 지금 총리 선거를 치를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영국의 지도부 공백을 가장 환영할 사람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의 유력한 후임자로 꼽혔던 수낵 장관이 이번에 벌금을 내게 된 것도 맹점이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수낵 장관은 하원에서 열린 총리 질의응답(PMQ)에서 “어떤 파티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전직 장관은 “이번 벌금 통지는 수낵 장관의 지지자들을 침묵하게 할 것”이라며 “수낵 장관은 존슨 총리의 뒤를 이을 수 없다”고 내다봤다.
존슨 총리는 벌금 납부에 대해 고개를 숙이면서도 사퇴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즉각 벌금을 냈고, 국민이 좌절과 분노를 느끼게 한 데 깊이 반성한다”며 “국민을 섬겨야 할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