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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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文대통령 면담 요청 … 10번이라도 사표 내겠다”

檢 ‘민주당과 전면전’ 선포 … 법안 통과 막을 방안은

金총장,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 자청
“범죄자 만세 부르고 피해 호소 못 해”
‘검수완박 저지’ 여론전 공세 이어가

文대통령 면담 때 거부권 행사 건의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 출석도 추진
헌법소원 제기는 아직 논하기 일러
김오수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을 당론으로 확정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13일 “‘필사즉생’의 각오”를 밝히며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했다. 김 총장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 헌법소원 등 입법 과정상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검수완박을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수완박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정식 요청한 사실을 밝히며 “잘못된 제도가 도입된다면 사직은 10번이라도 당연히 해야 한다”고도 했다.

 

◆“범죄자 만세 법안… 정의·상식 반한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출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그런(검수완박) 법안이 추진되면 범죄자는 만세를 부를 것이고 범죄 피해자와 국민은 호소할 데가 없게 된다”며 “그야말로 정의와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4월 국회 중 검수완박 입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김 총장은 검수완박의 위헌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범죄 수사를 경찰에 전담·독점시키겠다는 것”이라며 “4·19 혁명 이후 헌법에는 수사 주체를 검사만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저를 비롯한 검찰 구성원은 절대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겠다”며 “필사즉생의 각오로 모든 절차와 방안을 강구해 최선을 다해 호소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날이 저물면 촛불·횃불 켜면 된다”

 

검찰의 ‘검수완박 저지’ 시나리오는 △여론전 △국회 방문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 △헌법소원 제기 등 4가지로 요약된다.

 

이날 김 총장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자청하며 여론전을 이어갔다. 김 총장은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 국정농단, 사법행정권 남용, 대형 금융·공정거래 사건 같은 대형참사, 부패범죄 어디서 수사했습니까”라며 검찰 수사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서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제 입장은 이미 확실하게 밝혔다”며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갈 길은 먼데 날은 저물고 있다”며 검찰 반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데 대해선 “날이 저물어도 촛불을 켜고 횃불을 들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박 장관이 “이미 판이 (커졌고), 일이 다 저질러졌다”며 민주당과 검찰의 중재자 역할을 사실상 거부한 데 대해선 “(박 장관이) 당연히 역할을 해 주실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역으로 압박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상윤 기자

김 총장은 민주당이 문 대통령의 뜻을 거슬렀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과 관련해 △국민 불편 해소 △국가 범죄대응 역량 감소 방지 등을 당부한 점을 언급하며 “(검수완박이) 과연 그러한 당부에 합당한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을 향해 “왜 군사작전 하듯 시한을 정해 놓고 처리한다는 것인지”라며 “저뿐만 아니고 대통령님도 함께 책임을 지라는 뜻이냐”라고 물었다.

 

◆“대통령은 검수완박 받아들이는지 묻고 싶다”

 

대검찰청은 물밑에서 김 총장의 국회 방문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다. 김 총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심사에 직접 출석해 검수완박 법안의 폐해를 설명하거나, 개별 의원을 만나 반대표를 던지도록 설득하겠다는 구상이다. 각 정당 대표를 예방하는 방안도 포함될 수 있다.

 

김 총장이 법사위 법안 심사에 출석하려면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박광온 의원과의 조율이 필요하다. 그간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검찰총장이 상임위 심사 회의에 출석한 전례가 없어서다. 2018년 3월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검찰 입장을 밝힌 적은 있지만, 상임위가 아닌 특위 출석이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 또한 국무위원인 법무장관과의 조율이 필요한 사항이다. 다만 김 총장은 박 장관을 거치되, 국무회의는 우회하는 방법을 택했다. 김 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오늘(13일) 정식으로 대통령께 민주당이 당론으로 확정한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해 면담을 요청했다”며 “‘정식’이라는 건, 검찰의 최고 지휘감독권자는 법무부 장관”이라고 했다. 또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1년만에 이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치는 검찰개혁을 또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걸 받아들이시는지 (문 대통령에게) 간곡하게 말씀드리고 싶다”며 “법률안 공포와 거부권은 대통령의 권한이라 적절히 판단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저지하겠다고 밝힌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소원해도 위헌 인정 쉽지 않아

 

헌법소원은 국무회의에서 공포된 법률부터 제기할 수 있으므로 아직 논하기 이른 상황이다. 김 총장도 “헌법상 쟁송은 검토하고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 거기까지 나가는 건 조금 빠르다”라고 했다.

 

다만 헌법소원을 제기해도 위헌 판단이 내려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검찰 등 정부기관은 헌법소원 청구인이 될 수 없으므로, 김 총장 개인 자격 또는 시민단체가 청구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검수완박 법안이 검찰총장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직 검찰총장이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헌법소원을 청구해 위헌 결정을 받아낸 대표적인 사례는 1997년 당시 김기수 검찰총장의 경우다. 김영삼정부였던 1996년 12월 국회가 검찰청법을 개정해 검찰총장 퇴직 2년 내 공직 임명 및 당적 보유를 금지시켰다. 이에 김 전 총장과 당시 고검장 7명은 곧바로 “직업선택의 자유와 참정권을 제한한다”며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는 김 총장 손을 들어줬다.


이동수·이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