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포스코홀딩스, '국민기업 아니다' 내부 자료 배포… 포항서 비난 여론

지역 국회의원 역할론 부실
경북 포항시 시민사회단체와 지역 출신 국회의원, 시도의원 등 250여 명은 지난 2월 28일 ‘포스코 지주회사 전환 의결’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포스코센터 정문에서 '상생 협력 없는 지주사 전환을 반대한다'며 항의 집회를 갖고있다. 범대위 제공

포스코홀딩스가 최근 전 직원에게 '포스코그룹은 국민기업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교육용 메일을 보내자 경북 포항시민들이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지역 국회의원의 역할론이 부실해 비난이 일고있다.

 

이와 관련,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13일 오후 성명서를 통해 "이는 부모세대의 피땀과 눈물, 제철보국의 창업정신을 거역하는 최정우 회장의 억지 주장"이라며 "포스코는 국민기업인 만큼 최정우 회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스코홀딩스 경영전략팀은 지난 6일 '포스코그룹 정체성'이란 제목으로 1만7400여 명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포스코그룹이 국민기업이라는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으며 미래발전을 위해서도 극복되어야 할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포스코는 2000년 10월 4일 산업은행이 마지막까지 보유하고 있던 2.4%의 지분을 매감함으로써 완전한 민간기업이 됐다"며 "하지만 민영화가 완료된 지 20년 이상이 경과되었음에도 여전히 국민기업이라는 애매모호한 개념으로 정체성을 왜곡하고 다른 민간기업 대비 과도한 책임과 부담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민기업이라는 외부의 왜곡된 주장을 바로 잡고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정체성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설명자료를 작성했다"며 "더 이상 국민기업이라는 이름으로 포스코를 향한 부당한 간섭과 과도한 요구는 없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이제 포스코의 애칭은 '국민기업'이 아니라 친환경 미래소재 분야의 '국가 대표기업'이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이 같이 주장, 5개 항목을 거론하며 조목조목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주요 사례로 호남석유화학이 롯데케미칼로, 대한석유공사가 SK이노베이션으로, 한국중공업이 두산중공업으로 변경된 사례를 들었다.

 

대일청구권 자금이 사용된 만큼 국민기업이라는 주장도 "포스코는 설립초기 무상 대일청구권 자금의 10%인 3만800달러(당시 환율기준 121억원)가 포항제철소 1~2기 건설에 사용됐다"며 "사용된 무상 청구권 자금은 1971년부터 1973년까지 자본금으로 전환됐으며 민영화과정에서 정부의 보유지분 매각으로 완수(2163억원)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철소 건설에 사용된 유상 청구권 자금(8만8700달러)도 한일 양국 간 차관공여 조건에 따라 1996년까지 원금과 이자의 상환을 완료했다"고 역설했다.

 

정부의 보호와 육성으로 성장한 만큼 국민기업이라는 주장도 "정부는 기간산업 육성을 위해 철강 뿐만아니라 7개의 공업지원육성 관계법률를 제정해 시장보호와 금융지원등의 조치를 시행했다"며 "중화학공업 육성 법률의 의거한 지원은 1986년 1월 종료돼 일반 민간기업과 동일하게 취급되며 그 이후 특별혜택을 받은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포스코홀딩스의 주장에 대해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는 이날 오후 성명서를 통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범대위는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다'고 한 것은 부모 세대의 피땀과 눈물, 제철보국의 창업정신을 거역하는 최정우의 억지주장"이라며 "최정우는 국민기업 포스코의 역사와 전통, 정신을 더 이상 훼손하지 말고 즉시 회장에서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포스코는 시종일관 민족기업이고 국민기업이며 설령 미래에 어떤 재벌기업이나 거대 금융업자가 포스코 지분을 압도적으로 인수한다고 할지라도 포스코에는 국민기업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며 "고 박태준 회장도 1978년 언론을 통해 '포철(포스코)의 민영화'를 언급하면서 '어떤 시기에 가서 민영화를 하더라도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부주도형 민영화가 바람직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라고 말한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대위는 "이 메일 내용으로 최정우 회장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며 "포항에 본사를 두고도 잘해온 지주사를 없애고 서울에다 신설한 것, 미래기술연구원을 수도권에 설립하려 했던 것, 포항공대 기부체납과 포스코교육재단 산하 학교 공립화 거론, 박태준 회장과 창업정신을 철저히 멀리하게 만들었던 것, 그 모든 일들이 포스코의 역사성과 전통,정신을 망가뜨리려는 음험한 계략이었음을 스스로 폭로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범대위는 이에 "포항시민과 경북도민의 이름으로 최정우는 즉시 회장직에서 물러나라"며 "범대위는 향후 포항시민과 함께 최정우 퇴출 운동에 총력 매진하기로 결의했다며 적절한 시점에 시민규탄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범대위는 포스코의 역사와 전통, 정신에 대한 자긍심을 존중하며 그 자긍심이 '100년 기업 포스코'의 원천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며 "범대위는 박태준 회장의 비전대로 더욱 친환경적인 국가기간 소재 산업의 글로벌 리더로 승승장구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범대위는 "포항의 모든 정치 세력은 포스코, 포항, 국가의 미래를 위해 최정우의 잘못된 경영 리더십을 강도 높게 비판할 것을 주문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포항지역 일부 사회단체와 시민들은 지역 국회의원의 역할론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있다.

 

양만재 포항지역사회복지연구소장은 "김 의원은 포스코기업과 무관하지 않은 산업통산위원회 소속인데다 남구 김병욱 의원은 포스코 포항공장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만큼 본인의 역할론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며 "이달 11일 윤석열 당선인이 포항을 방문 했을 당시 양 국회의원은 포스코홀딩스 포항행과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을 놓고 이를 윤 당선인에게 포항시민들의 뜻을 반영하기 위해 필히 확인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포항=이영균 기자 lyg02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