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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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막는 불법 주차 강제처분 강화…“보상 못 받는다”

소방당국 “불법 주차 때문 인명구조 늦어져선 안돼“
지난 2019년 불법 주·정차 차량 강제처분 훈련 모습. 서울시 제공

 

지난 2017년 충청북도 제천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화재사고 당시 불법 주차차량 때문에 소방차의 접근이 지연되면서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이듬해인 2018년 1월 소방 활동에 방해되는 차량을 제거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 소방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된 소방기본법 제25조에 따르면 소방대장 등은 소방활동을 위해 긴급하게 출동할 때 소방자동차의 통행과 소방 활동에 방해가 되는 주·정차 차량과 물건 등을 제거하거나 이동시킬 수 있다.

 

또 도로교통법에 따라 소화전 5m 이내 주차는 금지되며 만약 이곳에 불이 나서 소방차가 진입하면 이 차량도 강제처분 대상된다. 불법 주·정차로 강제 처분시 보상을 받을 수도 없다.

소방기본법 안내 이미지. 사진=금호타이어 캡처

그러나 법 개정 이후 3년 동안 실제로 강제처분이 시행된 건 지난해 4월 서울 강동구 주택 화재가 유일하다.

 

관련법이 생겼지만 각종 민원과 손해 배상 등으로 실제로 면책을 받은 사례가 나오지 않아 현장 적용에 부담이 따랐던 이유가 컸다.

 

2019∼2021년 서울시 소방기관의 불법 주·정차 차량 단속 건수는 1566건에 달한다. 하지만 불법 주차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5일 세계일보가 도심 번화가 등에서 소방시설법에 지정된 주차금지구역 등을 돌아본 결과 일부에서 불법 주차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식당, 카페 등이 밀집한 특성상 점심시간 차량을 이용한 운전자들이 많았는데 상가 건물 주차공간이 비어 있음에도 일부는 ‘소방시설 주정차금지’ 안내가 있는 곳에 주차했다. 

소방시설 인근에 불법 주정차한 차량. 사진=이동준 기자

주차금지구역에 주차한 운전자는 “앞에 다른 차도 세워 주차했다”며 “서둘러 내려 금지 문구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정차 금지를 알리는 문구가 경계석에 적힌 이유였다. 다만 경계석에는 빨강색 페인트가 칠해져 주의를 기울인다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주정차 금지를 알리는 문구와 경계석에 빨강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다. 사진=금호타이어 캡처

‘소방시설 주정차금지’ 외에도 주택가의 경우 주차한 차들로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데 특히 야간에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화재발생시 낮 시간 때 잠깐 주차한 경우라면 차를 이동하는데 긴 시간이 들지않지만 밤 시간대라면 화재 발생을 인지하기 어렵고 그만큼 대처로 늦어져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강제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 

 

소방당국은 “배상책임보험 한도를 상향해 소방관 개인의 부담을 줄이는 한편 강제처분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좁은 진입로의 불법 주·정차 차량 등이  방해가 될 경우 강제처분이 불가피하다. 특히 심야 시간대에 주택가 이면도로 주․정차 시 소방차 출동이나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