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정호영 ‘아빠 찬스’ 논란 결국 청문회로… ‘尹의 공정’ 시험대 [뉴스+]

정호영 장관 후보자 자녀 의혹 적극 해명
윤 당선인 신뢰 속 청문회 ‘2라운드’ 예고
박용진 “이정도 의혹이면 압수수색해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대강당에서 최근 제기된 자녀 관련 의혹 등을 설명한 뒤 마스크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인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이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녀 ‘편입 특혜’·‘병역 문제’ 논란 등을 정면 반박하고 사퇴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라며, 지명 철회의 뜻이 없음을 밝힌 만큼 결국 의혹에 대한 검증은 인사청문회에서 ‘2라운드’를 맞을 예정이다.

 

새 정부는 과오가 확인되지 않은 인사를 배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만약 인사청문회에서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정권 출범부터 ‘내로남불’ 또는 ‘불공정’이라는 시비를 떠안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각종 의혹을 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를 연상시키는 정 후보자의 특혜 의혹 이슈가 지방선거까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국 시즌2’ 연상시켜 ‘국민정서법’ 위반

 

자녀 교육과 관련된 문제는 공정 이슈와 직결되며 2030세대는 물론,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 세대의 강한 반발을 유발하는 촉매가 되곤 했다. 일각에서는 정 후보자 자녀 특혜 논란이 딸 입시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조 전 장관의 딸과 정 후보자의 자녀는 의사가 되기 위한 교육 과정에서 불공정 의혹이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윤 당선인이) 만약 조 전 장관에 적용한 잣대를 자신이나 측근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나서서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조국 전 법무장관의 딸) 조민 씨와 비교를 많이 하는데 (조민씨는) 명확한 학력 위변조 사건이 국민 앞에 확인됐는데, 정 후보자의 많은 의혹은 과연 그에 준하는 범법 행위가 있었는지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정 후보자 아들과 딸은 경북대 의대에 학사 편입하는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 딸은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부원장)이던 2016년 경북대 의과대학 학사 편입(2017학년도)했고, 아들은 정 후보자가 원장이던 2017년 경북대 의과대학 학사 편입(2018학년도) 특별전형에 합격했다. 두 자녀는 편입에 앞서 경북대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정 후보자 자녀들이 경북대 의대 편입을 염두에 두고 아버지 인맥을 활용해 ‘스펙 쌓기’를 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정 후보자의 딸은 2017학년도 경북대 의대 편입 시험을 치를 당시 정 후보자의 지인들이 평가위원으로 참여, 구술평가 만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경북대 의대 부학장이었던 박태인 교수 등 3명의 평가위원은 한 고사실에서 딸 정씨에게 나란히 20점(만점)을 줬다. 박 교수는 정 후보자와 경북대 의대 동문이며 다른 교수 2명은 정 후보자와 여러 논문을 함께 집필한 공저자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병역 문제 의혹도 받고 있다. 민주당과 경북대병원 등에 따르면 정 후보자 아들은 과거 첫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았지만, 5년 뒤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으로 판정이 달라졌다. 특히 재검을 위한 진단서를 정 후보자가 근무하던 경북대병원에서 발급받았다는 사실이 의혹을 키웠다. 정 후보자 아들은 2019년 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대구지방법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했다.

국회 복건복지위와 교육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지난 15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 병원을 찾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입시의혹을 검증할 자료를 학교 측에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정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정 후보자는 “주관성이 개입되는 면접과 서류평가 점수가 기계적으로 산출되는 학사, 영어성적보다 낮은 점을 미뤄보면 편입과정에 특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심사위원이 시험 당일 무작위로 배정되고, 자원봉사는 누구나 신청하면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정 후보자는 교육부에 검증을 요구하고, 아들의 병역판정도 다시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 후보자의 설명에도 치열한 의대 편입에서는 작은 점수 차로도 당락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론 검증 계속…민주당 공세·국민의힘 신중

 

청문회까지 양당의 검증은 계속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17일 “정 후보자 딸은 유독 아버지와 인연이 있는 3고사실 면접위원 3명으로부터 20점 만점을 받았다”면서 “3고사실에서 만점을 몰아준 것이 당락에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실에 따르면 정씨 구술평가 점수는 1고사실 53점(17점·19점·17점), 2고사실 51점(17점·17점·17점), 3고사실 60점(20점·20점·20점)이었다.

경북대 본관 전경. 경북대 제공

더욱이 예비 후보 5번으로 합격한 딸 정씨의 총점은 불합격자 중 최고점자와 6.81점 차이가 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딸 정씨가 3고사실에서도 1·2고사실 수준의 점수를 받았다면 합격을 장담할 수 없었다는 게 고 의원실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앞서 딸 정씨 말고도 다른 고사실에서 구술평가 만점을 받은 지원자가 있다고 해명했지만 해당 지원자는 1·2고사실 심사위원 6명 모두로부터 만점을 받았으며 전체 전형에서도 1위였다.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정호영 후보자는 대통령 당선인의 40년지기 친구라는 것 외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어야 할 그 어떤 하등의 이유조차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윤 당선인을 왜 지지했느냐. 아빠 찬스로 공정과 상식을 짓밟았던 내로남불, 이른바 ‘조국 사태’의 영향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윤 당선인이 만약 지금 검찰총장이었다면, 이정도 의혹 제기면 진작에 정호영 지명자의 자택과 경북대학교 병원에 전방위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겠느냐”며 “국민의힘과 윤 당선인 측은 조국 운운할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장제원 비서실장은 이날 통의동 인수위에서 “정 후보자는 경북대학병원장으로서 박근혜 정권 때 임명이 돼서 검증했고 또 탄핵 이후에 다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 가지고 정 후보자에 대해 검증을 했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그 자료도 우리가 받았다”며 “(인사 추천) 배수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검증 자료를 받았고 추가 자료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지명된 이후에 언론과 국민들이 검증을 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윤 당선인이) 그런 것들을 잘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정 후보자에 대해 “지금 논란이 되는 상황이 더러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당장 당은 지방선거 공천과 지방선거 정책 준비에 몰두하고 있고 인수위의 인선 발표에 따로 평가하지 않았다. 청문회를 하게 되면 당 소속 의원들이 입법부 소속으로서 매우 엄밀한 평가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