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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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내 무릎”… 봄철 무리한 산행, 퇴행성 관절염 환자엔 ‘독’

원인과 치료법

4∼6월 중에 병원 찾는 환자 가장많아
노화가 큰 원인… 비만·생활습관도 영향
체중 1㎏ 증가시 관절부담은 3㎏ 늘어

초기 주로 소염진통제·연골주사 치료
통증 지속땐 절골술·인공관절수술 필요

달리기·등산·배드민턴 등 운동 피하고
수영·자전거타기·수중 에어로빅 좋아

완연한 봄 날씨가 이어지면서 주말 산행에 나서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나 퇴행성 무릎 관절염 환자의 경우 산행이 병을 악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3년간 무릎 퇴행성 관절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4∼6월이 가장 많았다.

◆국내에서는 여성 환자 압도적으로 많아

퇴행성 관절염은 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연골(물렁뼈)이 마모돼 관절에 염증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특히 무릎 관절은 걸을 때마다 몸의 하중을 전달받는 만큼 노화에 따른 퇴행을 피하기 어렵다.

연골에 신경세포가 없지만 통증이 생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연골이 닳으면서 발생하는 화학물질로 염증이 생기고, 연골 기능이 떨어져 뼈에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퇴행성 관절염의 가장 큰 원인은 노화지만 비만과 생활습관 영향도 크다. 무릎을 많이 쓰는 직업이거나, 비만인 경우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이 큰 만큼 퇴행성 관절염이 더 빨리, 더 많이 발생한다. 몸무게 1㎏ 증가 시 관절이 받는 부담은 3㎏ 정도 증가한다. 무릎 주위 근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갑자기 무리한 운동을 반복해도 퇴행성 관절염이 생길 수 있다.

초기에는 휴식을 취해주면 통증이 곧 가라앉지만, 이후 무릎 주위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이범식 교수는 “우리나라는 무릎 퇴행성 관절염이 여성에서 유난히 많이 발생한다.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증상이 심한 경우 해외는 남녀 비율이 비슷하게 나타나는데 우리나라는 10명 중 9명이 여성”이라며 “좌식생활과 쪼그려 앉기, 양반다리 등 무릎에 무리가 가는 동작을 많이 하는 데 따른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달리기, 등산, 배드민턴 같이 점프를 통해 무릎에 무리가 가는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대신 수영, 고정식 자전거 타기, 수중 에어로빅 등 관절 부위에 부담이 적게 가는 운동을 통해 근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 교수는 “통증이 있다고 운동을 아예 하지 않으면 악순환이 된다. 근력 강화를 해야 통증도 줄일 수 있고, 비만 환자의 경우 체중을 줄일 수 있다”며 “보통 수영을 많이 권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계단을 걸어 올라가서 내려올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라’고 권한다”고 설명했다.

◆연골주사? 예방 효과, 재생 효과 없는 ‘윤활유’ 역할만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중기에는 생활습관 교정과 약물치료가 일반적이다. 약물치료는 주로 소염진통제와 연골액을 보충해주는 일명 ‘연골주사’가 있다. 이름 때문에 연골을 재생하는 효과가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관절염 예방 효과나 재생 효과는 전혀 없다. 통증 완화를 통한 기능적 회복이 목적이다.

문제는 약물치료로도 무릎 통증이 가라앉지 않을 때다. 이 경우 ‘근위경골 절골술’과 인공관절 수술이 선택지로 남게 된다.

두 수술 모두 대상은 제한적이다. 절골술은 O자 다리의 젊은층에, 인공관절은 말기의 노령층에 시행된다. 절골술은 무릎 안쪽에 부담이 많이 가는 O자 다리를 뼈를 잘라 하중을 이동시켜주는 만큼 O자 다리가 아닌 퇴행성 관절염에는 효과가 없다.

뼈 붙는 것이 어려운 노령층과 이미 무릎 관절이 다 망가졌을 때는 인공관절로 치환하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인공관절은 연골이 다 닳거나, 관절이 완전히 붙어있거나, 5∼10분을 걷기도 어려울 만큼 통증이 심한 고령층에서 선택할 수 있는 수술”이라며 “다만 X-레이 검사에서 진행이 많이 됐더라도 본인이 느끼는 증상이나 통증이 심하지 않다면 수술 필요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에는 거의 정상적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뛰거나 쪼그려 앉기 등 관절에 무리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수술 후 부작용으로는 인공관절의 마모 혹은 탈락, 세균 감염 등이 있다. 특히 주사를 많이 맞은 환자의 경우 감염 위험이 2배가량 큰 만큼 주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인공 관절 수술은 마지막 주사를 맞은 6∼7개월 이후에 하는 것이 좋다.

이범식 교수는 “과거에는 인공관절의 수명이 10∼15년 정도였지만 지금은 재질이 좋아져 마모로 인한 문제는 거의 없다. 10년 생존율이 95∼100%, 20년 생존율이 90% 이상”이라며 “인공관절 수술은 마모로 인한 문제보다 균에 의한 감염의 위험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